‘지식 범람 사회’에서 깨달음을 얻는 법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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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편 / 채사장

인기 베스트셀러 ‘지대넓얕’ 신작
깨달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 방법
“지식의 습득에서 실천으로 가야”


<지대넓얕 무한 편> 표지 <지대넓얕 무한 편> 표지

인기 팟캐스트에서 출발해 책 출간 이후 단숨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 시리즈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우리나라에 인문학 열풍을 불어넣은 ‘지대넓얕’ 시리즈의 신작이자 마지막 책인 <지대넓얕 무한 편>은 지금까지 쌓은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실천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4년 처음 출간된 <지대넓얕> 시리즈는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책이다. 1권 ‘현실’ 편에서는 역사, 경제, 정치를 포함한 눈에 보이는 현실을 다뤘다. 2권인 ‘현실 너머’ 편은 철학, 과학, 예술을 주제로 현실 너머의 사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9년에 출간된 세 번째 시리즈 ‘초월’ 편은 우주와 인류를 책 속에 담았고, 마지막 시리즈인 ‘실천’ 편에서는 지금까지 풀어낸 지식을 삶에 뿌리내리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산다. 휴대폰을 열어 검색만 하면 알고 싶은 지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제공된다. 인스타그램의 릴스나 유튜브의 쇼츠 같은 숏폼 콘텐츠에서는 평소 알고 싶지 않았던 소식도 쏟아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글이나 유명인들의 가십거리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쏟아지는 지식은 우리의 지적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하다. 우리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또 다른 지식을 보기 위해 손가락을 바삐 움직인다. 그야말로 지식의 범람이다.

저자는 지식이 넘쳐나는 세계에서 우리가 ‘지식의 빈곤’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는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삶에 지식이 뿌리내리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나와 세계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깨닫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정립하는 게 그가 말하는 실천이다. 실천이 익숙해지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법, 좋은 사람이 되는 법, 고요하고 평온하게 삶을 살아가는 법도 알게 될 거라고 그는 확신한다.

저자는 책에서 지식을 실천하고 내면에 접근해 이른바 ‘깨달음’을 얻는 일곱 단계를 다뤘다. 발심, 정비, 정진, 견성, 출세, 조망, 전진이 그 과정이다. 이름만 들으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면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믿고 있던 것들을 의심하고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저자는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하고, 유머러스하고 쉬운 비유를 통해 책을 덮으려는 독자를 붙잡는다.

“마음이 어지럽고 스스로 자극에 취약하다고 느끼는 것은 실제로 당신이 취약해서가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든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극단적으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혜가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자극에 쉽게 휘둘리고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반면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그 자극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그것과 적절한 거리를 두려 한다.” (97쪽)

명상과 실천을 통해 지혜를 얻은 사람들은 세계가 곧 나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의식이 세계를 일으키고, 의식이 만든 세계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은 세계를 다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세계를 일으킨 것도 나고, 굳이 신체로 이 세계를 경험하기로 한 것도 나임을 아는 과정”에 이르러서야 저자는 책을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이어진 책의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자가 소개하는 깨달음은 언어로 이해할 수 없고, 실천하기로 했다고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그래서 깨달음은 도대체 어떻게 얻는 건데?’ 하는 궁금증만으로도 충분하다. 궁금증을 갖고 책을 열어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상이 당신을 반길 것이다. 채사장 지음 /웨일북/352쪽/1만 9000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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