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2차 탄핵’ 표결인데… 윤 담화에 쪼개진 국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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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계 ‘찬성’ 결집, 친윤계 강력 반발
한동훈, 윤 제명·출당 윤리위 소집 지시
친윤계 "한 대표 사퇴하라" 고성 항의
탄핵 가결 시 분당 위기로 치달을 수도

12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비판한 한동훈 대표에게 친윤계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친한계인 장동혁 의원과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김재섭 의원 등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비판한 한동훈 대표에게 친윤계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친한계인 장동혁 의원과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김재섭 의원 등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14일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12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날 오전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라며 ‘자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기름을 부었다. 담화 이후 한 대표를 비롯해 친한계가 찬성 쪽으로 결집하면서 ‘가결’ 가능성은 더 높아진 상황이지만, 한 대표의 “(대통령 담화는)사실상 내란을 자백한 것”이라는 발언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계파 갈등이 고조되면서 ‘당론 찬성’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탄핵안이 가결되면 국민의힘이 ‘분당’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남발, 입법 폭주, 이재명 대표 ‘방탄’ 행태 등을 장시간 비판하면서 이번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헌법적 권한이자 통치행위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고, 내란 등 법 위반 요소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비상계엄 조치에 대한 국민 공분이 들끓고 있고, ‘즉시 퇴진’ 여론이 70%가 넘는 현 상황과는 동떨어진 상황 인식이다.

이에 한 대표는 담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담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더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당론으로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직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의원들의 소신에 따른 자율 투표를 하자던 입장에서 ‘당론 찬성’으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한 대표는 또 윤 대통령의 제명·출당을 위한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하는 등 윤 대통령의 담화 이후 더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친윤계 의원들은 한 대표가 의원들과 상의도 하기 전 가결 당론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한 대표가 이날 의총에서 “(담화의)내용은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발언하자 일부 친윤계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사퇴하라” 등 고성으로 항의했다. 이철규 의원은 “우리 당 의원들 누구도 비상계엄에 동조하거나 참여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전에 안 사람도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당대표가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내란죄라고 단정하는 것은 서두른 감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용납하지 못할 만한 대통령 담화가 나왔기 때문에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합법적으로 정지시키는 데 우리 당이 나서야 한다는 말씀을 당대표로서 드린다”고 재차 강했다. 한 대표가 의총장을 떠난 후에도 의원들은 의총 진행 방식을 놓고 충돌하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직후 열린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투표한 106명 의원 중 과반을 훌쩍 넘는 72명이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에게 몰표를 줬다. 권 의원은 당선 직후에도 ‘탄핵 반대’가 현재까지 당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2차 탄핵안을 두고 당론을 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내 찬성 의견이 늘어나면서 가결 가능성은 커졌지만, 계파별로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극심한 내부 분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오늘 계엄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친윤계와 지지층에게 ‘엄호’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며 “당이 이 상태로 14일 탄핵안이 가결되면 ‘분당’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어떤 것이 진짜 책임감 있는 일인지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또 사태 수습을 위해 자신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황을 수습하고 해결하는 일이 너무나 중요하다”고만 답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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