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산타·파일럿 된 나문희 “날개 달아 행복”
24일 개봉 ‘나야, 문희’서 변신
AI 단편 수상작 5편 묶은 작품
영화계선 우려와 주목 동시에
배우 나문희가 단편영화 다섯 편을 동시에 내놓는다. 올해 여든셋인 그가 체력과 시간적인 한계를 깨고 여러 편의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건 AI(인공지능)를 활용해서다. 영화계에선 배우 IP(지식재산권) 고유 가치에 우려감을 표하면서도 새로운 시도 자체에는 주목하고 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나야, 문희’는 다섯 편의 단편 영화를 묶은 작품이다. 나문희를 주인공으로 한 AI 단편 영화 공모전 수상작을 한 데 묶었다. 이 작품들은 ‘상상초월 무한 데뷔’란 주제 아래 다섯 감독의 상상력을 더해 제작됐다. 나문희의 외모, 목소리, 연기방식 등 배우 고유 IP를 AI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합법적으로 확보해 만들었다.
영화는 단편 ‘두 유 리얼리 노우 허’ ‘쿠키게임’ ‘나문희 유니버스’ ‘지금의 나, 문희’ ‘산타 문희’ 등으로 꾸며졌다. 나문희는 2~5분 남짓의 작품들에서 각각 외계인과 세일러문, 모나리자, 산타, 암흑가 보스 등으로 무한 변신한다. 모두 생성형 AI를 이용해 만들어진 인물이다. 공군 파일럿이 된 나문희가 “톰 크루즈도 환갑에 전투기 타는데 나라고 못 할 거 없다”고 말하는 모습은 특히 흥미롭다. 다만 기술의 한계로 총 상영시간이 17분 28초로 짧은 데다 대형 스크린에서 일부 이미지가 뭉개지는 점 등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나문희는 최근 열린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는 날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움직이는 건 좋은 일”이라며 “(나이가 드니) 이제 내가 몸이 자유롭지 않은데 영화에선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니까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가 실제로 가보지 않은 곳에 가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나야, 문희’ 프로젝트를 기획한 AI 엔터테인먼트 기업 엠씨에이 박재수 대표는 “이런 기회를 준 나문희 씨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영화계에선 유명 배우의 IP를 활용한 이 같은 시도에 우려감을 표하면서도 이 영화가 관객의 관심을 받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간 국내외에선 AI 디지털 기술을 영화 제작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왔다. 영화 ‘원더랜드’에서 배우 공유의 목소리가 AI 복제로 일부 구현되고, 장혁이 제8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부문에 초청된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에서 생성형 AI 캐릭터와 함께 출연한 정도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배우 IP를 확보해 작품 한 편을 오롯이 만드는 시도가 당장 많이 이뤄질 것 같지 않다”면서도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진 영화가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