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택한 방송사·OTT 콘텐츠 “뭉쳐야 산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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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플랫폼 간 다양한 협업
디즈니+ ‘무빙’, MBC서 방영
티빙은 애플TV플러스 손 잡아
쿠플은 파라마운트+와 시너지

디즈니플러스 ‘무빙’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무빙’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TV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방송사와 OTT 등 콘텐츠 플랫폼 간에 다양한 협업 사례가 나오고 있다. TV 드라마가 OTT에 동시 공개되는 건 물론이고, OTT 콘텐츠가 TV에 방영되며 보다 다양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업계는 갈수록 치솟는 콘텐츠 제작비를 충당하고, 협업 시너지 창출을 위해 공생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17일 방송가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 ‘무빙’은 오는 22일부터 MBC 전파를 탄다.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8회차까지 특집 편성한다. 내년 1월에는 9회부터 일주일에 2회씩 연속해서 방송한다. MBC 관계자는 “글로벌 OTT와 협업 사례는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첫 협업에서 가장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 ‘무빙’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무빙’은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다.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국내에서 넷플릭스보다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수가 이 작품의 흥행으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작품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자 디즈니는 최근 ‘무빙2’를 제작하기로 확정했다.

OTT 콘텐츠를 케이블·종합편성채널에서 동시에 방영하거나 OTT에서 일부 회차 선공개 후 시간차를 두고 TV로 후송출하는 사례는 최근 종종 있었지만, 이미 전편 공개된 OTT 흥행작을 다시 지상파 TV로 송출하는 건 처음이다. 앞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인 ‘하이드’와 ‘새벽 2시의 신데렐라’는 OTT와 JTBC, 채널A에서 각각 동시 공개됐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와 ‘정년이’가 OTT에서 일부 회차 선공개 후 tvN에서 후송출됐다.

‘좋거나 나쁜 동재’ 스틸컷. 티빙 제공 ‘좋거나 나쁜 동재’ 스틸컷. 티빙 제공
쿠팡플레이 ‘하이드’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쿠팡플레이 ‘하이드’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OTT 국내 상륙 당시 경쟁 관계였던 방송사와 OTT가 공생을 택한 건 전반적인 콘텐츠 제작 환경이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처음 국내에 들어온 2016년엔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지위가 공고해 OTT에 신작 드라마 방영권을 주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OTT의 체급이 커지면서 지상파 드라마가 OTT 플랫폼에 동시 공개되는 건 하나의 공식이 됐다. 방송사들은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OTT 동시 공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PD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가 붙으면 제작비나 주목도가 높아진다”며 “내부적으로 논의할 때에도 협찬이나 투자를 받기가 용이하다”고 귀띔했다.

OTT 플랫폼 간 협업도 더욱 활발해졌다. 애플TV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던 ‘파친코’는 현재 티빙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티빙은 ‘애플TV플러스 브랜드’관을 신설해 ‘파친코’ 이외에도 다른 애플TV플러스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내년부터 파라마운트플러스와 손을 잡는다.

업계에선 이런 콘텐츠 협업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OTT 입장에서도 협업으로 얻는 장점이 뚜렷해서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플랫폼에 가입한 이들만 시청할 수 있는 OTT와 달리 지상파 TV는 접근성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고, 일정 구독자를 가진 OTT끼리 파트너십을 맺으면 서로의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 한 OTT 플랫폼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재미를 느낀 타 플랫폼 시청자가 새로운 구독자로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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