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에도 원달러 1440원 위협
18일 1435원 2주 만에 30원 ↑
정치 불확실성 시장 경계 고조
원·달러 환율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2주일 만에 30원 넘게 뛰며 144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450원 돌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4원 내린 1435.5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전일 1438.9원을 기록하며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2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전인 3일(주간 거래 종가 1402.9원)과 비교해서는 30원 이상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투자 심리가 크게 꺾인 영향이 크다.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여전히 1430원 후반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 서정훈 수석연구위원은 “경제와 금융시장이 (계엄 사태)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기저에 깔린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에 재진입하기보다, 자금을 뺀 뒤 시장 상황을 관망해보자는 입장을 보이면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시장 경계심리가 고조된 것도 원·달러 환율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도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데 동결 전망에 엔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엔화 가치 하락은 같은 아시아 통화인 원화에도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정치 리스크가 경제·금융시장에 준 영향은 1430∼1440원 내외로 본다”면서도 “내년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통상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일 경우 환율이 1450원을 웃돌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는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인한 경제 위기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외채를 갚지 못하는 게 외환위기인데 현재 외환에 대해 우리나라는 채권국이고 외환 시장 작용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 시장 개입 여파로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밑돌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