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울트라 보수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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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이하 계엄)을 옹호하는 전단지가 최근 부산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 뿌려졌다. 야당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의 전단지였다. 누가 전단지를 뿌렸는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현 탄핵 국면을 되돌리기 위해 거대한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움직임은 전방위적이다. 우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등 민심에 역행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은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탄핵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하자는 뜨악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대통령실 태도도 마찬가지다. 지난 20일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텔레그램에 올렸던 이미지가 한 예다. 이미지 안에는 ‘비상계엄 선포는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 및 헌정 질서 수호’라는 문구가 적혔다고 한다. 지난 12일 부산시의회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 담화문이 그대로 낭독되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개신교 세력들은 더욱 노골적이다. 최근 경북의 한 교회가 ‘화끈한 2차 계엄 부탁해요’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이 됐는데, 기실 이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집단이 지속적으로 보여 온 행태다. 계엄 옹호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전 목사는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외국 언론의 시각에서도 마뜩잖은 모양이다. 프랑스 〈르몽드〉의 지난 21일 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한국 극우 세력의 집회’라는 제목의 기사가 그 예다. 해당 기사는 개신교 집단의 탄핵 반대 집회를 집중 보도했는데, 그들을 일러 특별히 ‘울트라 보수’(ultra conservative)라고 지칭했다. 울트라 보수는 극우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초극단의 보수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들은 폭력은 물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는 행태를 취한다.

2000년대 초 이른바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주창하며 "북한 미사일 기지 공격" 운운해 울트라 보수 내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일본 고이즈미 내각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번 내란 주동자들도 북한 오물풍선의 원점 타격을 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비규환의 세상에서도 인간이 지녀야 할 원칙과 품격을 지키는 데에 보수의 진정한 가치가 있을 테다. 울트라 보수는 보수를 가장하면서 보수의 그런 가치는 내동댕이친다. 계엄을 옹호하고 내란을 선동·방조하는 바로 그들이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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