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디지털 금융 혁신, 부산의 통합적 접근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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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이달 중순,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이런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에서, 세계 금융시장은 지금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제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닌 금과 같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와 달리 비트코인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 자산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도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세계 자산 7위에 올랐고, 나스닥마저 추월했다.

세계 금융 중심인 미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채택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월가의 대표적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를 출시했고, 골드만삭스, JP모건, 피델리티 등 전통 금융권도 디지털 자산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전통 금융의 중심지였던 뉴욕이 이제는 ‘크립토 시티’로 탈바꿈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엄격한 규제로 세계적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와 파생상품 거래가 금지되어 있어,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로 유출된 가상자산 관련 자금은 신고된 금액만 130조 원, 미신고 금액을 포함하면 200조 원을 웃돈다.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비트코인 나스닥 추월, 세계 자산 7위

미국 뉴욕 ‘크립토 시티’로 탈바꿈 중

한국 엄격한 규제로 세계 흐름 뒤처져

해외 유출 가상자산 자금 200조 상회

부산, 융합기술 클러스터로 전략 수립

규제 샌드박스·기업 인센티브 필요해

이러한 위기 속에서 부산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부산은 이미 상당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북아 최대 물류 허브인 부산항은 연간 2200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문현금융단지에는 40여 개의 금융기관이 입주해 있어,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의 융합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부산이 디지털 금융 허브로 도약하려면 탄탄한 기술 인프라가 필요하다. 디지털 자산 허브의 핵심은 안전한 보안(블록체인)과 빠른 연산(양자컴퓨팅), 그리고 이를 최적화하는 인공지능(AI)이다. 이 세 기술의 융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IBM은 ‘양자 안전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통해 양자컴퓨터의 공격에도 안전한 블록체인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구글은 AI를 활용한 양자 오류 보정 기술을 선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개별 기술의 육성이 아닌 통합적 접근이다. 부산은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AI를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하나로 통합한 융합기술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세계 기술 업계가 각 기술의 우위를 놓고 경쟁하는 동안, 부산은 이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 먼저, 교육과 연구 인프라의 혁신이 필요하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퀀텀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은 좋은 본보기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100명의 박사급 인재를 배출하며, 이들 중 80%가 현지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에 나서고 있다. 부산대, 동아대 등 지역 주요 대학들은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AI를 아우르는 ‘디지털 융합 기술 학부’를 신설하고, 통섭형 인재를 키워내는 백년대계를 수립해야 한다.

둘째, 규제 샌드박스의 실질적 운영이 필요하다. 미국이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고 디지털 자산 거래를 제도화하는 것처럼, 부산도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자산의 유형별 정의와 거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셋째, 센텀시티와 문현금융단지를 ‘디지털 융합 특구’로 지정하고, 세 가지 핵심 기술을 모두 활용하는 기업에 차별화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법인세 감면율을 기술 융합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하거나, 융합 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에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등이다. 넷째,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다. ‘부산 디지털 융합 서밋’을 통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 융합의 미래를 논의하고, 부산의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실질적인 협력과 투자를 이끌어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디지털 자산 시장의 변동성, 기술 발전의 불확실성, 인재 유출 가능성 등 다양한 위험 요소에 대비해 ‘디지털 금융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자산 거래의 보험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술 인재들을 위한 장기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부산의 이러한 도전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AI라는 세 개의 물결이 만나 만들 시너지는 부산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디지털 금융의 중심지로 끌어올릴 것이다. 부산은 개별 기술이 아닌 융합과 통합의 길을 택해야 한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부산이 세계 기술 발전을 한 걸음 앞서 이끌어갈 수 있는 진정한 세계의 디지털 자산 허브가 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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