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격적 북풍 공작 메모, 철저한 진상규명 필요하다
비상계엄 비선 ‘남북 국지전’ 유도 정황
윤 대통령 내란·외환죄 수사 서둘러야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의 막후 설계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예비역 소장)의 수첩에서 ‘NLL(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다’라는 등의 충격적 내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내란실행 혐의 등으로 노 전 사령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군사 도발을 유도하는 ‘북풍 공작’ 시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수첩에는 ‘사살’ ‘국회 봉쇄’ ‘정치인·언론인·종교인·노조(노동조합)·판사·공무원 등 수거(체포) 대상’이란 메모도 확인됐다. 메모 작성 시기나 실행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비상계엄 비선 주동자가 ‘남북한 군사적 충돌’이란 발상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가 안위를 지켜야 할 군과 정권이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한반도 전체를 전쟁의 참화에 빠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오물 풍선 사태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남북한 군사적 충돌을 유도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세우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혼선을 주려고 했다면 용납할 수 없는 반국가적 범죄다. 실제로 노 전 사령관과 수시로 계엄을 모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북 오물 풍선이 날아오면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해 북한을 도발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수사 과정에서 민간인이 사조직을 동원해 계엄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군 정식 편제에도 없이 정보사 ‘수사2단’ 조직을 꾸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는 계엄 직전 현직 정보사령관과 정보사 대령들을 경기도 자신의 집 인근 햄버거집으로 불러 대북 특수부대 투입, 선관위 서버 확보 등 계엄을 지시했다는 증언까지 쏟아지고 있다. 계엄 직전 기갑여단장도 노 전 사령관 연락을 받고 정보사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히 무너진 군과 국가의 기강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사병화된 군 조직에 대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내란 주동자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남북 간 국지전을 유도한 정황을 낱낱이 수사해야 한다.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는 외환죄(국가의 대외적 안전을 해치는 죄)로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라고 공언한 만큼, 조속히 수사를 받고 법의 처분을 받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내란죄는 물론이고, 외환죄 혐의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가 시급하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수사기관은 이번 수사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진상과 책임자를 철저하게 규명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