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내몰린 서민들… 1인당 가계대출 9500만 원 첫 돌파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3년여 만에 500만 원 늘어나
비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최고치
폐업 공제금도 역대 최대 기록
중소기업 절반 “자금사정 악화”

고금리와 내수 부진 속에 서민들이 빚더미에 내몰리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은행 ATM 기기들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속에 서민들이 빚더미에 내몰리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은행 ATM 기기들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고금리와 내수 부진 속에 서민들이 빚더미에 내몰리고 있다. 가계 대출을 일으킨 사람 1인당 평균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9500만 원을 넘어섰고, 불경기에 문을 닫는 소상공인도 급증했다. 소상공인이 시중 은행에서 빌린 돈을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준 돈도 올해 들어 10월까지 2조 원을 넘었다. 장사를 접거나 문을 열고 있더라도 사실상 ‘좀비’ 상태인 가게가 많다는 얘기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05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분기 9054만 원으로 처음 9000만 원을 넘은 뒤 3년 6개월 만에 500만 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2분기 말 9332만 원을 기록한 뒤 올해 3분기 말까지 5분기 연속 증가하는 등 최근 들어 증가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제 때 돈을 갚지 못하는 가계도 늘었다. 한 달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분기 0.95%로 2분기보다 0.01%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비은행 연체율은 2.12%에서 2.18%로 0.06%P 높아졌다. 비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5년 3분기(2.33%)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비은행은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보험사(보험 약관 대출금 제외) 등을 말한다.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 사정은 더 나쁘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지난달까지 1조 3019억 원 지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 1820억 원보다 10.1%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다.

소상공인의 경영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는 신용보증재단 대위변제금도 급증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갚아준 대위변제금은 2022년 5076억 원에서 지난해 1조 7126억 원, 올해 들어선 지난달까지 벌써 2조 578억 원으로 증가했다.

소상공인들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재료비 등 비용이 인상돼 경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에 따라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 6487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역대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12일 중소기업 5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중소기업 47.2%가 올해 자금 사정이 ‘작년보다 악화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악화했다’고 답한 비율(31.7%)보다 15.5%P 높아진 수치다.

여기에 고환율 기조가 강화되면서 전망도 어둡다.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측면에서 환리스크(환차손익)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25%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원재료를 수입해 다시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