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녹색채권, 충분한 정보 공개 아래 지속 가능한 투자 이뤄져야”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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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타크 카파시 국제자본시장협회 아시아본부장

‘환경부의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과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녹색채권 원칙(GBP)을 따른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녹색채권에는 이 같은 문구가 붙는다. ICMA는 2014년 녹색채권 운영 가이드라인을 처음 제정했다. 녹색채권을 발행할 때 자금의 용도,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의 평가와 선정 절차, 관리, 사후 보고 지침을 제시했다. 환경부의 녹색채권 가이드라인도 ICMA 기준을 준용해서 쓴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ICMA에는 62개국 600여 개의 은행, 증권사, 투자자 그룹, 기업이 가입돼 있다. ICMA는 국제 채권 시장에서 자율규제기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0월 홍콩 ICMA 아시아본부에서 만난 무스타크 카파시 본부장는 “ICMA의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녹색채권이 충분한 정보를 공개한 채권일 것, 채권의 자금 사용이 사회적, 지속 가능한 투자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채권 투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외부 검토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파시 본부장은 녹색채권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채권 상장 과정에서 외부 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녹색채권이 지속 가능한 채권으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카파시 본부장은 “외부 평가 기관으로 환경 관련 기관들도 역할할 수 있다”며 “채권 운영을 할 때 현재 역할하는 신용평가사뿐 아니라 외부 환경단체의 평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카파시 본부장은 녹색채권 활성화를 위해 국가의 역할에 주목한다. 일본은 지난 2월 기후 위기를 대비해 국채를 8000억 엔(7조 4000억 원) 규모로 5년채, 10년채 2종류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기후 위기를 대비한 채권을 국가 단위에서 발행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지난해 2월 발표한 ‘녹색 전환 실현을 위한 기본 정책’에 따라 공공, 민간 SOC 투자에 20조 엔(185조 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홍콩은 지난 2월 60억 홍콩 달러(1조 1270억 원) 상당의 토큰 증권 형태 녹색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토큰 증권 형태로 채권이 발행되면 채권의 사용처, 투자 이력 등을 기존 채권보다 더욱 투명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카파시 본부장은 “정부가 지속 가능한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 녹색채권의 국채 발행은 녹색채권 활성화에 매우 유용하다”며 “녹색채권 발행을 앞둔 발행자와 투자자들에게 정부가 이를 금융 시장의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ICMA는 향후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개정해 채권을 발행하는 기관에 대한 기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카파시 본부장은 “10년 전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처음 나왔을 때는 투자금이 녹색 관련 산업에 사용되는지 여부만 중요했고 발행자가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발행자, 발행기관이 지속가능한 채권 발행·관리 구조를 갖췄는지까지 살펴야 채권의 신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김준용 기자 jundragon@

※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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