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시동 꺼짐’ 환불 판정 났는데… 유명 자동차 업체 ‘묵묵부답’
국토교통부서 중대 하자로 ‘환불’ 판정
합의서 작성 하루 전 갑자기 보류 통보
소비자 두 달 째 환불 못 받아 발 ‘동동’
업체 “환불 요건 충족 안 돼 소송 진행”
차량 제조사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환불 판정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A 씨는 현재까지도 해당 차량을 보관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국내 유명 자동차 제조사의 차량이 잦은 고장으로 국가 기관에서 ‘환불 판정’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한 업체가 소송을 제기하며 환불을 미루고 있다. 소비자는 두 달 가까이 업체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에서 40년 가까이 택시를 몰고 있는 A 씨(77)는 지난해 8월 국내 유명 자동차 제조사인 KGM의 SUV 차량 토레스를 영업용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해당 차량에서는 그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주행 중 갑작스럽게 시동이 꺼지는 증상이 3차례 나타났다. A 씨는 그때마다 정비소에 수리를 맡겼다.
A 씨는 결국 지난 3월 말 해당 차량을 신차로 교환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이하 안심위)에 중재를 신청했다. 수리 뒤에도 하자가 재발해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됐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을 심의한 안심위는 지난 10월 28일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대상 자동차를 환불하라”고 판정했다. 안심위는 판정문에서 “운행 중 동력이 상실되는 중대한 하자가 인도된 후 1년 및 주행거리 2만km 이내에 3회나 발생하였다는 객관적 사실 그 자체로, 이미 안전이 우려되는 자동차에 해당한다”며 “신청인의 교환 요구권은 법률상 요건을 모두 갖춰 적법하게 발생했다”고 밝혔다. 안심위의 중재 판정은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으로 업체는 판정 즉시 이행해야 한다.
A 씨에 따르면 안심위 판정 이후 업체가 합의를 제안해 왔다. A 씨가 그동안 차량을 몰면서 발생한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한 비용을 환급해 주겠다는 것이다. A 씨는 이를 수락했고, 지난달 12일 부산 동래구에 있는 서비스센터에서 업체 담당자를 만나 서면 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서 작성 전날 업체 담당자는 A 씨에게 전화로 회사 내부 사정으로 합의서 작성이 보류됐다고 전했다. A 씨는 추후 일정에 대해 듣지 못했다. A 씨 측은 이후 업체 담당자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 등으로 수차례 합의 일정과 환불 절차 이행 여부에 관해 확인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답변을 회피했다.
업체는 안심위의 판정 자체에 수긍하지 못해 이를 취소하는 소송에 나섰고,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KGM 관계자는 “내부 검토 과정에서 해당 차량이 환불 요건에 충족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와 판정을 취소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환불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내부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려 소비자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업체가 환불에 필요한 차량 반납 장소 등을 안내하지 않아 A 씨는 해당 차량을 계속 보관하고 있다. A 씨 측은 업체를 상대로 채권압류 등 강제집행을 준비하고 있다. A 씨는 “업체가 차량 등록 말소에 필요한 서류도 제공하지 않아 다른 차량으로 영업도 못 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시간을 끌며 국가 판정을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