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감동 몰려와”…연말 ‘부일시네마’로 함께 힐링한 관객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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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튼 아카데미’.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바튼 아카데미’.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8번째 상영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30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모인 관객 70여 명은 미국 아카데미가 주목한 가슴 따뜻한 드라마 영화 ‘바튼 아카데미’(2023)를 단체 관람했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학교에 남게 된 ‘루저’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1970년대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사립 고등학교 ‘바튼 아카데미’의 학생과 교사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2주간 방학을 즐긴다. 대부분은 학교를 떠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오갈 데 없는 학생들은 당직 교사와 함께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한다.


영화 ‘바튼 아카데미’.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바튼 아카데미’.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우여곡절 끝에 최종적으로 학교에 남게 된 이들은 전통적 교육방식을 고집하는 완고한 교사 ‘폴 허넘’(폴 지아마티)과 머리는 좋지만 말을 함부로 하는 ‘꼴통’ 학생 ‘앵거스 털리’(도미닉 세사), 그리고 무뚝뚝한 주방장 ‘메리 램’(더바인 조이 랜돌프)이다. 연령도 성별도 살아온 방식도 전혀 다른 세 사람이 열흘 넘게 같은 공간에서 동고동락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언뜻 보기엔 흔한 힐링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설정이지만, 입체적이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과정에서 선사하는 감동이 인상적이다. ‘어바웃 슈미트’(2002), ‘사이드웨이’(2005), ‘디센던트’(2011) 등 명작들로 유명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연출이 흡입력 있다. 70년대 미국을 고스란히 되살린 듯한 영상미, 절묘한 음악, 재치 있는 유머도 관람 포인트다. 무엇보다 고독한 사람들에 대한 위로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더바인 조이 랜돌프),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 등 다섯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이 중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바튼 아카데미’.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바튼 아카데미’.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이날 영화 상영 이후엔 관객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진행됐다. 이날 모더레이터로는 독서모임 커뮤니티인 ‘베이트리 북클럽’을 운영하는 장재근 대표가 초청됐다. 우선 장 대표는 상영회 바로 전날인 지난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비행기 추락 사고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아 다 함께 묵념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짧은 묵념 이후 장 대표는 영화 속 인상 깊었던 장면을 언급하며 자유로운 소통을 유도했다. 또 소감을 밝힌 관객 중 2명을 선정해 마르쿠스 에우렐리우스의 명저인 ‘명상록’을 증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관객은 “사실 영화 앞부분은 지루하다고 느꼈다”면서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선생님과 제자의 아픔이 조금씩 드러나고, 서로를 점점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먹먹하고 담백한 감동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다른 관객은 “좋은 가수는 무대에서 울지 않고 관객을 울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영화도 차분하게 흘러가는 듯 하지만, 굉장히 많은 감각들을 건드려줘서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올해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고 밝혔다.


30일 오후 부산 중구 BNK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진행된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에서 모더레이터로 초청된 장재근 베이트리 북클럽 대표(왼쪽)와 이시은 베이트리 북시네클럽 메이트가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30일 오후 부산 중구 BNK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진행된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에서 모더레이터로 초청된 장재근 베이트리 북클럽 대표(왼쪽)와 이시은 베이트리 북시네클럽 메이트가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이어 “1970년대 미국의 모습을 재현한 모습이 흥미로웠다” “2024년이 끝나기 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등 호평이 쏟아졌다. 영화 속 특정한 장면에서 울컥했다며 울먹이는 관객도 있었다.

특히 연말에 어울리는 영화를 스크린으로 단체 관람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평소에도 모퉁이극장을 종종 찾는다는 한 관객은 “영화를 관람하고 다같이 소감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부산일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역시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이번 기회에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연말에 어울리는 영화여서 더욱 그랬다”고 말했다.

이날 모퉁이극장 측은 커뮤니티 시네마까지 참여한 관객들을 위한 선물로 영화 포스터를 무작위 증정하기도 했다.

한편,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busan.com)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를 통해 이벤트 참여를 신청하면 매달 추첨을 통해 영화관람권(1인 2장)을 증정한다.

이번 8번째 상영회의 경우 31일이 연말인 점을 감안해 예외적으로 30일 월요일에 진행됐다. 내달 역시 마지막 주 화요일이 설 연휴인 점을 감안해 21일 화요일에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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