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고령화와 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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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정말 글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았다. 지난해엔 사상 초유의 정치권 문제, 다양한 사건 사고로 하루가 다르게 새 뉴스가 언론을 장식했다. 사회 전체가 큰 혼란을 겪었던 한 해로, 속보만 뜨면 잔뜩 긴장을 하게 되는 날들이었다. 그 혼란과 아픔은 아직도 우리 사회를 잠식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

지난해 전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출산율이 14년 만에 반등하는 기쁜 소식도 있었다. 인구 고령화의 문제는 우리에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급속도로 진행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진국들일수록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나라가 많다. 그 나라에서도 인구 고령화는 사회에 부담이 되고는 있지만 우리만큼 심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고령사회가 진행되는 데 있어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이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무엇보다 노후 소득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금을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가 난다.

실제 노인실태조사 결과 등을 보면, 선진국일수록 노년기가 될수록 행복도가 높아지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노년기가 될수록 행복도가 낮아진다. 선진국의 경우 오랜 시간을 두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국가나 개인 모두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국민들의 노후를 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면서 노년기의 가장 기본 소득인 연금을 제대로 축적하지 못했다. 사회적 인프라나 환경, 인식조차도 그에 맞춰 따라가지 못한 상태에서 초고령사회를 맞게 된 것이다. 이는 결국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넘어갈 것이고, 지금보다 세대 간의 갈등은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는 출산율이 높아질수록 낮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14년 만에 출산율이 반등했다는 것은 정말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점인 동시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출산율이 반등한 이유와 그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속해 나가면서 출산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간다면 사회적으로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더욱 엄중하고 시급한 여러 정치·사회 문제 때문에 그저 단 한 줄의 뉴스로 넘겨 버리는 것이 관련 연구자 입장에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새롭게 맞는 2025년은 하루 속히 사회가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치유와 희망에 가까이 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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