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부산… 맞춤형 이민 정책으로 '새 판' 짜야 [부산, 외국인 환대도시로]
1-지역 소멸의 대안, 외국인
지역 거주 외국인 첫 8만 명 시대
국내 전체의 3.4%로 8위에 불과
시, 광역비자 등 대책 마련 분주
비수도권 이민 가점 눈여겨 봐야
부산이 전국 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지난해 나왔다. 낮은 출산율, 급속한 고령화, 부족한 청년 일자리로 부산은 제2의 도시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면 부산이 서서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크다. 지역 소멸이 눈앞에 놓인 현실인 만큼 부산만의 외국인 이민 정책을 통해 새로운 인구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이 지역 소멸 극복 대안으로 ‘외국인 포용’을 제시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역으로 외국인들에게 부산이 매력적인 도시냐는 질문에 쉽사리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3년 기준 부산에 사는 외국인 주민은 8만 2401명이다. 매년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전국 외국인 주민 수의 3.4%로 전국 8번째에 불과하다.
2025년은 부산이 먼저 ‘외국인 환대 도시’로 변모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부산시는 소극적 지원책에 그치던 기존 외국인 정책을 넘어서는 ‘부산형 이민 정책’을 제시하고, 부산 기업과 시민들은 외국인들이 같은 시민이라는 인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산일보〉는 ‘부산, 외국인 환대 도시로’ 기획보도를 통해 이민 정책의 핵심인 외국인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정책을 짚어보고 개선점을 모색한다.
■부산 외국인 주민 8만 명 시대
한국 거주 외국인 주민이 245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인구 100명당 5명이 외국인인 시대다.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11월 11일 기준 국내 외국인 주민 수는 245만 9542명이다. 외국인 주민은 국내에 거주한 지 90일을 초과한 외국인(국적 미취득자), 귀화자(국적 취득자), 이들의 자녀를 뜻한다. 2022년과 비교하면 20만 1294명, 8.9%가 늘었고,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 증가다.
하지만 국내 외국인 주민 141만 9674명은 수도권에 거주한다. 전체의 57.%다. 외국인 거주 역시 수도권 집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엔 외국인 주민이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8만 명을 넘어섰다. 2020년과 2021년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줄었다. 2018년 7만 명대에 진입한 이후 5년 만인 2023년에 이르러 부산 거주 외국인 주민은 8만 3401명으로 처음 8만 명을 넘었다.
국내 비중으로 보면 부산 거주 외국인은 3.4%에 불과하다. 경기, 서울, 인천, 충남, 경남, 경북, 충북에 이어 8번째다. 지역소멸 위기에 놓인 제2 도시로서 외국인 환대·포용 정책을 통해 더 많은 외국인이 부산에서 정착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역비자, 이민 정책 출발점
전문가들은 이제는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유학생을 모두 포괄하는 한국형 이민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결혼 이민자 증가에 따른 다문화 정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다문화 정책이 복지와 인식 개선에 맞춰졌다면 이제 인구소멸과 지역소멸 대안으로 외국인 정책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정명주 교수는 “그동안은 교육과 복지, 인식 개선 같은 다문화를 기반으로 한 외국인 정책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이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이민으로 해결하는 이민 정책에 집중할 때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축이 됐다. 국내 외국인 취업자 수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의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 취업자는 2023년보다 8만 7000명 늘어난 101만 명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2023년 기준 외국인 주민 중 외국인 근로자가 1만 4897명, 유학생이 1만 4628명이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이 22%로 가장 많았고, 중국 14.8%, 태국 13.1% 순이었다.
부산시도 지역소멸 위기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부산시에는 처음 인구정책담당관이 생겨 종합적인 외국인 주민 지원 정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가 오는 3월 시작하는 ‘광역형 비자 시범 사업’에 부산시도 도전한다. 지자체가 현실에 맞는 외국인 유입을 위해 비자를 설계해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구조다. 시는 ‘부산형 광역비자’를 설계 중이다.
부산시 인구정책담당관 관계자는 “부산연구원에서 외국인 유입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부산 정주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광역비자 설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외국인 이민 정책은 해외 도시와의 경쟁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호주는 비도시 지역에 외국인이 거주하면 이민 가점을 주는 ‘주특정지역이민프로그램’(SSRM)을 도입했다. 이민자 수도권 집중을 분산시키고 비도시지역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효과를 봤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