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대로 했지만 되레 망가진 몸… 아픈 이유 따로 있었네!
■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 로버트 러프킨
최신 의학 따라가지 못하는 의사들
잘못된 낡은 건강 상식 전파 여전
비만, 고혈압 등 관련 '거짓말' 고발
만약 우리가 그동안 건강 상식이라 믿어 왔던 것들이 거짓이었다면? 의사들이 환자에게 알려주던 각종 식이요법이나 약에 관한 조언들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가정(假定)이 실재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제목도 무시무시하다.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부제는 한 술 더 뜬다. ‘건강을 책임진다고 믿었던 현대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더 병들게 했는가’다. 저자는 “의대에서 가르쳤던 것들은 마치 잘못된 지도를 들고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았다”고 고백한다. 나아가 “여러 만성질환의 진짜 원인을 모르고 엉뚱한 방향으로 질주한 결과, 지금의 우리는 심각한 건강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며 현대 의학의 실패를 고해성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학은 객관적이고, 정확하고, 한번 정립된 이론은 영원하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이론이라 하더라도 오류가 발견되면 가차 없이 폐기되고 새로운 이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의학도 마찬가지. 그러나 업데이트되는 최신 의학을 따라가지 못하는 의사들은 거짓이라 밝혀진 가짜 상식들을 여전히 전파하고 있다. 저자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건강 상식이 여전히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우려하며, 수많은 논문과 통계 자료를 근거로 정확하게 검증된 최신 의학적 상식을 알리는 데 힘쓴다.
책은 신진대사를 비롯해 비만, 당뇨병, 지방간,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암, 알츠하이머병, 정신건강, 수명 등에 대한 여러 거짓말을 조목조목 따진다. 또한 이러한 질병과 관련된 잘못된 식습관에 주목한다. 사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강 상식 중 절반 이상이 음식 혹은 영양과 관련된 오류다. 저자의 어머니는 영양사였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가르쳐준 식습관을 실천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젊은 나이에 건강을 크게 해쳤다. 어머니 역시 잘못된 상식으로 아들을 먹였던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를 속였던 대표적 거짓말 중 하나로 ‘칼로리에 대한 맹신’을 들 수 있다. 다이어트 중인 많은 사람이 음식 속에 포함된 칼로리 수치에 집착한다. 그러나 우리는 더이상 다이어트 식품을 들여다보면서 칼로리 숫자만 눈여겨봐서는 안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인슐린이다. 열량 자체만으로는 비만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체중 증가를 제어하는 핵심은 섭취한 열량 중 얼마를 태우고 얼마를 저장하느냐에 있다. 인슐린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열량이 지방으로 저장되지 않고 살이 찌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권장하는 ‘식품 피라미드’(각 기본 식품군에서 매일 섭취해야 하는 최적의 섭취량을 삼각형 형태로 나타낸 이미지)는 인슐린 분비를 강력하게 자극하는 음식들로 삼각형의 아랫부분(많은 양의 섭취가 필요하다는 의미)을 채우고 있다. 주로 곡류들이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 음료들도 사실 다이어트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해롭다. 열량과 당을 줄이기 위해 첨가하는 인공감미료가 설탕보다 더 활발하게 인슐린 수치를 끌어올린다.
음식, 영양 이야기가 많은 만큼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새해를 맞아 건강을 다짐하는 요즘에 읽으면 더 ‘쏙쏙’ 들어올 법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들 하지만, 만복 중 최고의 복은 건강이다. 1500원에 육박하는 원달러 환율 수치보다 본인의 인슐린 수치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시길. 로버트 러프킨 지음/유영훈 옮김/정말중요한/412쪽/2만 2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