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장 등 150명 고발 예고한 尹, 적반하장이다
체포영장 불법 주장은 초법적인 궤변
정국 혼란 지속되면 국가신용 악영향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면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3일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5시간 30분 만에 중지했다. 경호처가 경호 인력 200여 명을 총동원해 인간 띠를 만들고 차 벽으로 완강하게 저항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이 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버티는 모습은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경찰은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공수처는 6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지만 공권력 무력화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집행 무산 후 오동운 공수처장 등 150여 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무더기 고발키로 했다. 공수처가 위헌·위법한 영장 집행을 감행했다는 주장인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법원이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상 이에 응해야 하는 것이 법이 정한 절차다. 법적 절차에 따른 영장 집행을 불법이라고 우기는 것이야말로 궤변이고 초법적 발상이다. 법원은 윤 대통령 측이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불허해달라며 낸 이의신청 역시 기각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체포영장 발부 또한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소환에 세 차례나 불응하며 버티기한 데 따른 자업자득의 결과다.
윤 대통령이 경호 인력 뒤에 숨어 법질서를 유린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해 방패 삼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경호처라는 국가기관의 물리력을 사적으로 동원해 법원·공수처라는 다른 국가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막고 그 기능을 무력화하는 게 바로 내란이다. 누구보다 법질서를 존중하고 지켜야 할 대통령이 국가적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다. 집권 여당 또한 대통령을 설득해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수사기관과 법원의 정당한 법 집행을 문제 삼으며 혼란을 가중한다. 공수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에 대한 협조 지휘를 요청했다고 한다. 국가 공권력 공백이 초래할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경제적 불확실성 등 국가적 위기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금의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길은 헌법적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 중인 대통령이 법 집행에 저항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해 분열과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국가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일이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상황을 생중계하면서 영장 집행 무산으로 한국의 정치적 혼란상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 불안이 장기화하면 국가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버티기를 마냥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