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통해 배우고 성장한 시간 돌려드립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플로린 일리에스쿠 인터뷰

‘챔버 페스티벌’ 초청 아티스트
8·10일 솔로·오케·실내악 연주
교향악단 외부 활동 권장 ‘눈길’
한국인 부인 바이올린 교육자

바이올리니스트 플로린 일리에스쿠(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종신 악장)가 지난 4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2025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부산체임버오케스트라 with Florin Iliescu'에서 커튼콜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바이올리니스트 플로린 일리에스쿠(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종신 악장)가 지난 4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2025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부산체임버오케스트라 with Florin Iliescu'에서 커튼콜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2025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부산체임버오케스트라 with Florin Iliescu' 연주 모습. 부산체임버오케스트라 제공 지난 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2025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부산체임버오케스트라 with Florin Iliescu' 연주 모습. 부산체임버오케스트라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영어명 The Frankfurt Radio Symphony) 제1 종신 악장이자 뛰어난 연주력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플로린 일리에스쿠(41)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봄 통영국제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 때다. 열흘 가까이 열리는 음악제의 전반부 악장을 맡아서 연습 일정부터 소화하는 걸 보면서 소속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괜찮나 싶었다. 이번에 그 의문이 풀렸다.

지난 4일 개막한 ‘2025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 초청 아티스트로 부산을 찾은 플로린을 2일 밤 금정문화회관 연습실과 개막 공연장에서 만났다. 플로린은 이번에 솔로도 하고, 오케스트라 악장과 협연, 실내악(현악 6중주·8중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활약하게 된다. 앞으로 두 번(8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10일 월드 스타 실내악 페스티벌)의 연주를 남겨 두고 있다.

“독일은 오케스트라 역사가 오래된 덕분이겠지만, 1929년 설립한 우리 악단도 외부 활동을 권유하고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 오케스트라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특히 악장은 일반 단원보다 25% 정도 일(연주)을 덜 할 뿐 아니라 악기도 제공 받습니다. 단원이 다른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본다고 하면 연주 일정에서 빼 주거나 휴가를 주기도 합니다. 그만큼 연주자를 우대하는 분위기인데 한편으론 오케스트라 일자리가 많아서겠지요.”

한국의 ‘폐쇄적인’ 오케스트라 운영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독일 오케스트라 전통이란 게 비단 소리나 음악뿐 아니라 행정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나는 듯했다. 실제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은 클래식 유튜브(독일어 hr-Sinfonieorchester)에서도 꽤 유명하다. 거의 모든 연주가 다 올라온다. 영상 퀄리티도 높은 수준이다. 플로린이 한국 초청 연주를 다녀오면 유튜브 조회에서 한국 쪽 검색이 급증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한다.

플로린은 그동안 통영국제음악제 객원 악장 외에도 KBS교향악단 객원 악장, 인천시향 협연, 대관령 음악제, 고잉홈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부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올 때마다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오면 고향에 온 것 같은 푸근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부산은 처음이지만 바다도 있고, 기후와 음식이 정말 좋습니다.”

플로린 일리에스쿠(정면 가운데)가 '2025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부산체임버오케스트라 with Florin Iliescu' 연주를 앞두고 지난 2일 금정문화재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플로린 일리에스쿠(정면 가운데)가 '2025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부산체임버오케스트라 with Florin Iliescu' 연주를 앞두고 지난 2일 금정문화재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모토가 ‘유연성’과 ‘다양성’인 점에서도 알 수 있듯 게르만의 전통을 고수하는 여타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훨씬 더 유연하고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오케스트라에 몸담고 있어서 장점이라면 좋은 지휘자들과 솔리스트가 오니까 거기서 배울 게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바로크 연주를 한다면, 그에 특화된 연주자가 오는 식입니다. 저도 오래 고민했습니다. 그냥 솔리스트만 할까. 그런데 지나 보니까 오케스트라가, 좋은 오케스트라여서 저도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배운 것들을 솔리스트 때 많이 활용합니다.”

연습실에서 만난 플로린은 테크닉 못지않게 앙상블 만들기에도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활을 잡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개막 연주를 함께한 부산체임버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임병원 경성대 교수는 “흑백 그림이 있으면, 거기에 물감으로 색칠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플로린과 첫 1악장 연습을 끝냈을 때, 그 느낌이 확 들었다”고 전했다.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김동욱 부산대 교수는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모습에 반해 초청하게 됐는데 사전에 보내온 꼼꼼한 악보 분석을 보고 또다시 놀랐다”고 덧붙였다.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로비에 설치된 '2025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바이올리니스트 플로린 일리에스쿠(왼쪽)와 이지영 씨 부부.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로비에 설치된 '2025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바이올리니스트 플로린 일리에스쿠(왼쪽)와 이지영 씨 부부. 김은영 기자 key66@

플로린은 독일 ‘프로 바이올린 인스티튜트’ 학장과 ‘프로 바이올린 교사 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영 씨와 2013년 결혼해 3세 아들을 두고 있다. 이번에도 함께 내한해 서울과 부산에서 바이올린 교사 세미나를 개최하는가 하면, 플로린 연주를 지근거리에서 모니터링했다. 이 씨는 특히 “처음 서는 무대의 경우, 공연장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객석에서 잘 들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부산문화회관 중극장만 해도 어느 위치에서, 어느 방향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게 더 나을지 객석에서 듣고 플로린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고 말했다.

한편 루마니아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플로린은 5세에 제오르제 에네스쿠 음악학교에 입학해 18세에 독일 유학길에 오르기까지 매 학년 수석을 차지했다. 11세부터 참가한 루마니아 연방 콩쿠르에선 7년간 매해 1위에 입상해 그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다. 오케스트라 활동은 뤼벡 국립음대에 입학한 뒤 이듬해 바로 뤼벡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연소 부악장으로 시작했다. 이후 NDR 방송교향악단,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거쳐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 부악장으로 활동하다가 현재의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으로 옮겨 왔다. 또한 솔리스트로, 그리고 자카르 브론, 길 샤함 등의 듀오 파트너로도 연주하고 있다.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를 사사할 땐 영상 오디션을 통과한 뒤 그리스로 건너가 3~4년간 레슨을 받기도 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