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등록금 인상 갈등… 동결 기조로는 해결 못 한다
오랜 임기응변식 정부 정책의 산물
교육재정 조정 등 근본 해법 찾아야
최근 부산 지역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논의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동명대와 동서대가 올해 등록금 인상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첫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었고, 부산대와 동의대는 10일께 첫 등심위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대학들도 내달 초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 이전에 등록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일찌감치 등록금 동결을 요청했지만, 올해는 대학들이 이런 지침을 따르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전국의 주요 대학이 등록금 인상 의사를 밝혔는데,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15년 넘게 지속된 등록금 동결 기조의 변화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전국 사립대 설문조사에서 이미 절반이 넘는 48개 대학이 등록금 인상 의향을 밝힌 터였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들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면 부산 지역 사립대도 결정 속도를 높일 게 뻔하다. 이미 서강대와 국민대가 올해 등록금을 각각 4.85%와 4.97% 올리기로 결정했고, 고려대·연세대·한양대·중앙대 등도 인상을 검토 중이다. 나머지 대학들도 교육부가 정한 상한선(5.49%) 안에서 대폭 인상을 결정할 공산이 높다. 부산 대학가도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등록금 인상 대학이 4곳에 그쳤는데, 올해는 훨씬 많은 대학이 인상에 동참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은 등록금 동결을 유도한 정부의 오랜 임기응변식 정책으로 빚어진 결과물이다. 그 사이에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와 인건비·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설 투자와 교수 채용 등에 어려움을 겪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학생들의 부담은 줄었지만 대학 재정은 악화 일로를 걸었고, 덩달아 교육의 질도 갈수록 추락을 거듭했다. 등록금 동결이 15년 이상 이어지자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지원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등록금 인상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쟁력이 열악한 지역 대학의 어려움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겹쳐 있다. 이런 사정들을 무작정 외면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등록금 인상이 능사는 아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학부모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 등 생활고에 계엄 사태로 인한 최악의 경기 하강 국면이 엄습하는 마당이다. 무분별한 인상을 자제해 고통 분담에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학들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체 적립금 활용 등 자구책 없이 무작정 등록금 인상에만 기대는 행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차제에 교육재정의 구조조정을 고민해야 한다. 막대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경우 선심성 지출 사례가 없지 않다. 이를 학령인구 감소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