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매일매일즐거워 협동조합 황태연 이사 "거제해맞이역 텃밭에서 '느린 청년들' 꿈이 자랍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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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지능인·발달장애인 채용
스마트팜 운영하며 자립 교육
편견과 달리 일반 직무 잘 해내
그들과 사회 잇는 교두보 될 것

매일매일즐거워 협동조합 황태연 이사가 부산 연제구 동해선 거제해맞이역에 있는 스마트팜 앞에서 조합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매일매일즐거워 협동조합 황태연 이사가 부산 연제구 동해선 거제해맞이역에 있는 스마트팜 앞에서 조합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느린 청년들이 정상적인 사회 일원으로 우뚝 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우리 협동조합 목표입니다.”


최근 부산 도시철도 동해선 거제해맞이역에 사무실을 둔 ‘매일매일즐거워 협동조합’ 황태연 이사는 협동조합 설립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느린 청년은 경계선 지능인과 발달장애인을 가르킨다. 협동조합은 그들의 완전한 자립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거였다.

협동조합은 2020년 11월부터 거제해맞이역 한켠에 99㎡ 공간을 확보해 스마트팜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농업기술이 접목된 선반 모양의 시설물에서 바질, 루꼴라 등 48가지 종류의 채소를 기른다. 이곳에서 수확한 농작물은 바로 옆 가게에서 샌드위치, 샐러드로 다시 팔린다.

협동조합 직원은 황 이사를 포함해 모두 14명이며, 그 중 6명이 느린 청년이다. 이들은 정규직으로 평일 3~4시간 이곳에서 농작물을 관리하거나 매장 관리를 도맡고 있다.

“느린 청년들도 곧잘 취업 전선에 진입합니다. 그러나 소통 문제 등으로 두세 달 만에 직장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황 이사는 느린 청년들이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노동 유형은 인형 눈을 붙이는 것 같이 단조로운 일밖에 없고, 이런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홀로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서, 해당 노동으로는 느린 청년이 사회 일원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게 황 이사 설명이다.

“느린 청년들에게 친환경적인 노동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궁리 끝에 나온 게 스마트팜이었습니다.” 그는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고 여러 사람과 협동할 수 있는 농업에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조직 생활에 대한 감각과 각자 장단점을 발굴해서 사회로 진출하면 새로운 직장에서도 잘 적응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스마트팜이 세상과 느린 청년을 연결해 주는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 이곳에서 직무 교육을 배워서 병원, 초등학교 등에 취업한 느린 청년도 있다. 그는 “느린 청년들은 직무 적성만 잘 찾아준다면 비장애인과 비교해도 결코 능력이 뒤처지지 않는다”며 “성실한 태도는 놀랄 정도”라고 평가했다.

느린 청년을 향한 편견도 적지 않다. 황 이사는 “느린 청년이 편견과 달리 일반적인 직무도 잘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느린 청년이 막연히 보호할 존재라는 인식을 많이 바꿨다고 고백했다. 다만 느린 청년이 직무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협동조합은 올해 도시철도 2호선 재송역으로 스마트팜을 확장할 계획이다. 재송역 330㎡ 면적에 스마트팜을 만들어서 느린 청년 100여 명을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수영구청과 연계 사업도 추진 중이다. 수영구청이 발굴한 느린 청년을 협동조합으로 보내 직무 교육을 실시하는 게 골자다.

황 이사는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매우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협동조합이 느린 청년과 사회를 잇는 교두보가 되겠다”며 “느린 청년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여 질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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