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물에 들어가, 깊게 깊게 생각해 보라”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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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 시인 ‘섬진강’ 출간
하동 관련 시 100편 모아


조해훈 시인이 섬진강 변에서 살아가는 애환을 다룬 시집 <섬진강>을 출간했다. 휴암 양영욱 제공 조해훈 시인이 섬진강 변에서 살아가는 애환을 다룬 시집 <섬진강>을 출간했다. 휴암 양영욱 제공

지리산에서 차 농사를 지으며 무료 서당 ‘목압서사’(木鴨書舍)도 운영하는 조해훈 시인이 시집 <섬진강>(푸른별)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경남 하동 일대 섬진강 변에서 살아가는 애환을 다룬 시 100여 편이 실려 있다. 이중 ‘해 저무는 섬진강’은 명절 전후에 읽으면 더욱 좋겠다. ‘어떤 때는 삶이 무거웠다/어떤 때는 삶이 가벼웠다/추석 하루 전날 사람들을 만나면서/속으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곤/해 질 무렵 부산 갔다 화개로 돌아오는 길/ ・・・누구든 예외 없이 산다고 힘겨운 날들을 보내는 사람들은/내일이 음력으로 팔월 보름이어서 달이 누렇게 꽉 찬 모습을 보며/더러는 위안을 받고 더러는 여러 걱정으로 한숨을 내뱉는다.’ 나이가 들어 명절을 쇠는 심정은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시인이 왜 하동에 들어가 농사를 짓는지 궁금하면 ‘여름 차산’이 답이 될 것 같다. ‘스무 살부터 지리산 능선을 타면서 나도 언젠간 골짜기에 들어와/녹차 농사를 지으며 흘리는 땀방울을 섬진강물에 흘리어 보내리라/한 그루 건강한 차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그들이 마시는 차/차를 매개로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면 만족하리라 여겼다.’ 혼자 차산에서 일을 하는 게 어떨지 궁금해진다면 그 답도 이 시에 들어 있다. 가끔 지나가는 멧돼지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을 빼면 고요하고 평화로워 꽤 만족스럽단다.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서 하동 출신 인사들을 대거 다룬 3부 시들이 이채롭다. 강기주 시인, 강남주 시인, 차용범 기자, 소설가 이병주, 휴암 양영욱 선생님, 정달식 기자, 정두수 작사가, 정순영 시인, 조송현 기자 등이 나오는 시 25편이 실려 있다. 이처럼 하동에서 문인과 학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하동 사방에 서 있는 문필봉에서 찾는다. 시집에 나온 인물들은 대략 알만한데 하동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휴암 선생은 처음 듣는다. 그는 어릴 때 너무 가난해 등교할 때면 바위틈에서 구렁이를 잡아 뱀탕집에 팔아 학용품을 사던 아이였단다.

삶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느낄 때 읽으면 좋은 시가 ‘섬진강 물에 들어가라’이다. ‘한발 한발 걸어/허리에 물이 찰 때까지/섬진강물에 들어가라/어떤 게 사는 것이고/어떤 게 죽는 것인지/깊게 깊게 생각해 보거라/죽고 사는 게 한 가지라고 하지만/그대는 살아있음이 분명하리라.’ 축 처진 어깨 위를 죽비로 내리치는 느낌이 든다. 조 시인은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밥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섬진강변을 소재로 한 시를 제법 지어서 시집으로 묶게 되었다. 또 하동 출신들에 대해 시의 형식으로 얽어 놓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해를 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해훈 시인의 시집 <섬진강> 표지. 조해훈 시인의 시집 <섬진강>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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