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 거부에 혐의 부인과 변명… 보신 급급 무책임한 尹
공수처 조사·국조특위 출석 모두 불응
탄핵심판 통해 여론전 헌재 압박 의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또다시 무산되고 말았다.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윤 대통령은 22일 3차 강제구인도, 현장 조사 요구도 모두 거부했다. 같은 날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도 윤 대통령은 불참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동행명령장이 발부됐다. 공수처 조사에 불응 중인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는 출석해 계엄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수사 대신 탄핵심판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적 수용인데, 공개 여론전으로 지지층을 결집해 자신의 안위를 지켜보려는 속셈인 듯하다. 나라 걱정이란 않는 비루하고 구차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수사 요구 무시는 그동안의 행태를 봤을 때 충분히 예견된 바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한 달여 동안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재판 기일 변경, 체포적부심 청구 등 가능한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수사를 거부하고 지연시키는 데 혈안이 돼 왔다. 하지만 결과는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불명예와 ‘법정 싸움 전적 11전 11패’라는 수치의 기록일 뿐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의 ‘버티기’는 그야말로 ‘달인’ 수준에 도달한 느낌이다. 헌재 변론 기일에 출석한 21일 느닷없이 병원으로 이동해 강제구인을 피하더니 22일에도 공수처의 강제구인과 현장 조사 등 일체의 조사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윤 대통령의 행보에서 헌재 탄핵심판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공수처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헌재에 출석해서는 반국가 세력 척결과 부정선거 의혹 해결을 위한 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불법 계엄의 증언들은 일절 부인하는 ‘잡아떼기’, 불리한 대목은 부하들에게 돌리는 ‘떠넘기기’가 변론의 핵심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법 탄핵’ 여론을 선동한 그동안의 언행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탄핵심판 집중은 형사재판을 대비한 측면도 있다. 탄핵심판을 통해 공범들의 진술·증거를 파악하면서 공수처 조사를 거부해 자신의 전략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억지와 궤변이 아니라 진실한 사과와 반성이다. 한때 국가 최고 리더였던 사람이다. 일말의 자성과 회개도 없이 자신의 보신에만 급급한 뻔뻔함 앞에서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이번 탄핵심판 변론에서 보건대, 내란죄 수사에 불응해 시간을 끌고 그러는 사이 헌재에 출석해 여론전과 심리전을 펼침으로써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결국은 헌재를 압박해 파면(탄핵 인용) 결정을 흔들려는 뜻일 테다. 그런 삿된 생각을 멈추고 사법 절차에 최대한 협조하는 게 도리다. 마지막 염치가 있다면 국민 모두를, 혼란에 빠진 나라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