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 인명 피해 날 뻔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아찔'
휴대용 보조 배터리 원인 가능성
재발 방지 위한 확고한 대책 필요
지난 28일 오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가 불에 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무안공항에서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항공기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다행히 불길이 기내를 덮치기 전에 탑승객 전원이 신속히 비상 대피해 그나마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에어부산 여객기에는 승무원 7명과 승객 169명 등 17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출발이 지연되었기에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있었지만, 비행기가 이륙한 뒤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무안공항의 여객기 참사처럼 대형 인명 피해가 날 뻔했다. 이번 에어부산 화재 사고를 계기로 항공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이번 여객기 화재는 뒤쪽 기내 선반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휴대용 보조 배터리가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타다닥’ 소리와 함께 연기가 발생하고 불똥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내 수하물 보관함에 보관된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보조 배터리로 인한 항공기 화재 사고는 국내외에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고가 배터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 때문인지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배터리 화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이번 사고는 기내 반입 물품 규정 강화의 필요성과 함께 기내 안전에 대한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번 화재로 에어부산 여객기의 동체 윗부분은 사실상 전소됐다. 탈출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피해가 승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이런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에어부산 측은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고 탈출 안내에 대한 대처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별도의 화재 안내 방송이 없어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시 사고를 겪은 승객들의 이야기로는 위기 상황에서 승객들이 모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발 빠르게 비상문을 열고 탈출 루트를 만든 몇몇 승객 덕분이었다. 에어부산 측은 별도의 안내 방송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신속하게 화재에 대응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에 이어 에어부산 화재로 국민들은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국내 항공업계 전체의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세계 항공업계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차가워질 위험이 있다. 이번 화재 사고를 계기로 우리 항공업계는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고, 승객들이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를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관련 기관도 항공사들의 안전 관리와 대응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화재 사고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