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상목 권한대행, 내란 특검법 거부권 행사 명분 없다
재발의된 법안 여당 요구 대폭 반영
특검 지체될수록 정국 불안만 심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국회에서 넘어온 두 번째 내란 특검법 처리가 주요 안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내란 특검법은 처리 기한이 다음 달 2일까지인지라 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최 대행은 첫 번째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논란을 일으켰는데,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 파장은 그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내란 특검법은 여당이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한 항목들이 상당 부분 소거된 상태라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의 주도 아래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번 내란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크게 줄였다. 특히 외환 유치, 내란 선전·선동, 고소·고발 사건 등을 제외했다. 수사 기간도 기존 130일에서 100일로 단축했다. 파견 검사는 30명에서 25명으로, 수사관은 60명에서 50명으로 한정하는 등 수사 인력도 크게 축소했다. 수사 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에서 군사기밀 시설 압수·수색과 관련된 내용은 제외하도록 했다. 특검 후보는 제삼자인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했고, 추천된 특검 후보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도 없앴다. 이 모두가 야당이 전향적인 양보를 통해 여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야당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에 여전히 딴지를 걸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조항 등 지엽적인 부분을 문제 삼는데, 그보다는 내란 특검법 공포를 어떻게든 저지하겠다는 것이 진짜 속내인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야당과의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다 결국 협상을 결렬시켰다. 그로 인해 여론이 불리해지자 궁여지책으로 자체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이 역시 진정한 특검 실현보다는 당내 의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내란 수사를 위한 특검에는 애초부터 의지를 갖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다.
최 대행은 줄곧 여야 합의를 통한 내란 특검법 처리를 강조했다. 비록 여야 간 협상은 결렬됐다고는 하나, 야당이 여당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만큼 최 대행은 이를 존중하는 게 옳다. 내란 특검에 몽니를 부리는 여당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된 상태라 특검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수사권 논란 등을 불식시키고 내란 수사를 깔끔하게 종결하기 위해선 특검이 불가피하다. 특검을 지체할수록 갈등만 부추기고, 갈등이 격화하면 법원 폭동 같은 소요 사태가 또 벌어질 수도 있다.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이런 정국 불안을 심화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