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에도 못 웃는 해운업계 "곳곳에 리스크와 변수"
KMI '2025 해양수산 전망대회'
분야별 전망과 대응 전략 모색
올해 물동량 늘어나도 수익률↓
공급과잉 등 운임 하방 압력 커
올해도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화물 처리량이 3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해운업계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져 성장세는 제한적이고, 자칫 구조적 불황에 진입하는 듯한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해양수산 전망대회’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최석우 항만수요분석연구실장은 올해 국내 항만의 컨테이너 화물 처리량을 3234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로 전망했다. 지난해 3173만 TEU보다 2% 가까이 늘어난 전망치다. 2023년 3015만 TEU부터 연이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KMI는 올해 국내 항만 물동량을 지난해 대비 3.4% 늘어난 16.2억t, 전 세계 컨테이너 항만 물동량은 2.2% 늘어난 9.28억 TEU로 예상했다. 최 실장은 “주요 국가들의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 인하 정책으로 소비가 회복하면서 물동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장기적 전망은 밝지 못하다. KMI 최상희 연구부원장은 “올해는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운임 하방 압력이 존재하며 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환경 규제 강화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KMI는 올해 컨테이너선 해상 물동량을 2.9%, 선대 증가율을 5~6% 정도로 보았다. 수요보다 공급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선대는 2023년(8%)과 지난해(10%)에도 꾸준히 증가했다. 한국해운협회 양창호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량은 440만 TEU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앞으로도 2~3년 동안 계속 신조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며 공급과잉을 우려했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고관세 정책 기조와 상대국의 보복 관세 여파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에즈 운하 통행이 재개되면 국내 수송 수요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게 된다.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과 해상 운임 급락 등이 맞물리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2026년 국내 물동량은 올해 대비 5~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양 부회장은 “올해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유지되다가 어느 정도 하락하는 선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우수한 교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 소식이 있지만, 휴전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수에즈 운하 정상화 시점을 올해 4분기 정도로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환경규제 대응도 큰 과제다. 2027년부터 모든 선박에 국제 기준의 탄소세가 부과되며,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업계의 ‘넷제로’ 목표를 추진 중이다. 반면 국내엔 5년 내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해야 할 노후선 등이 600여 척 있지만, 현재 발주된 선박은 10%가 되지 않는다. KMI 박치병 전문연구원은 “정책적으로 에너지 기업이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업계에서도 친환경 연료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KMI는 매년 해양수산 전문가와 관련 업계 등과 함께 해양수산 분야별 여건 변화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해양수산 전망대회를 열고 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