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력 다시 모아야 할 때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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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부장

북·미·러 등 한반도 주변 정세 복잡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공세 시작
정치권, 계엄·탄핵 두고 국론 분열
한국전쟁·IMF 등서 국난 극복 DNA 작동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현재 미증유의 내우외환”이라고 진단했다. 밖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데 안으로는 여야 정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북한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하면서 전격 개입했고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주요국에 대한 관세 부과 등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주요 거래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결정하고 향후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 철강 등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발 글로벌 관세 전쟁의 직간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작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됐다. 이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도 0.29~0.6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두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역대 최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한국 정부도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미국산 원유·가스 수입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은 8위다. 한국의 지난해 연간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556억 9000만 달러였다.

정부와 대통령실도 최근 연일 대책 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와 국내 기업·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중이다.

기업들도 각 분야별로 미칠 파장에 수시로 대책회의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증대, 수출처 다양화, 생산기지 이전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제약이 커 이러한 대안들을 당장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자 나라인 한국을 지키는 데 미국이 돈을 많이 쓰고 있다”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용으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 실제 J.D. 밴스 미 부통령이 국내외 주둔 중인 미군의 규모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글로벌 전력 현황 검토 결과에 따라 주한미군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외부 정세가 심상치 않은데, 국내 정치권은 해법 찾기는커녕 계엄·탄핵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부산역 광장은 주말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며 국론 분열만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1945년 광복이후 신탁통치냐 반탁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좌우 진영이 극한적 대립양상을 보였는데, 그때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동안 뒷짐 지고 있던 정치권도 마지못해 움직이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미국의 관세압력에 대해 “국회에 통상 특위 만들어 ‘관세 문제’에 초당적 대응을 하자”고 했다. 정쟁 중단 얘기는 쏙 빠져있다.

일단 한국으로선 미국의 관세 등 각종 압력에 외적으로 혼자 감당하기보다는 국가간 단합이 우선이다. 벌써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관세공세가 계속된다면 대중국 압박에 대해 협조하지 않겠다”며 집단대응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도 일본 등 아세안 국가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 이번 미국발 관세전쟁에서 우리와 처지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 5000만 명의 소국으로 석유나 철광석 같은 주요 자원도 빈약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과 군사력 세계 5위, 1인당 GDP가 3만 6000달러에 이른다. 문화 분야에서도 영화, 가요, 드라마 등 K콘텐츠를 앞세워 강국이 됐다.

이 같은 성과는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우리 국민이 숱한 외세침입과 일제탄압, 6.25 한국전쟁, IMF 외환 위기 등 숱한 역경을 이겨낸 결과물이다. 한국민들에게는 위기시에 특유의 국난 극복 DNA가 작동한다고 얘기한다. 이번 상황도 잘 헤쳐나갈 것으로 믿는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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