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사상 최대 순이익… ‘이자 장사’로 폭리
지난해 4분기만 2조 원 넘어
연간 전망치 17조 원 육박
여·수신 금리격차 확대 주효
은행권 비판 여론 더욱 거세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가 지난해 17조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속 가산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이자 장사’가 원인으로 보이는데 불황 속 나홀로 잇속을 채운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2조 41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4분기의 1조 3421억원보다 80% 이상 늘어난 규모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7210억 원으로 전년 동기(2114억 원)에 비해 241.1%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도 5761억 원에서 7085억 원으로 23.0%, 하나금융지주는 4597억 원에서 5945억 원으로 29.3%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3920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작지만, 전년 동기의 950억 원과 비교하면 312.6%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4대 금융지주의 호실적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이 연말까지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여·수신 금리 격차가 확대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신규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2월 평균 1.46%포인트(P)에 달했다. 같은 해 8월(0.94%P) 이후 넉 달 연속 확대됐다.
연간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 8017억 원으로, 2023년(15조 1367억 원)보다 11.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의 순이익 총액이 17조 원에 육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2년 고금리 상황에서 거둔 사상 최대 실적(15조 6503억 원)을 넘는 규모다.
역대급 실적으로 기반으로 주요 은행들은 모두 지난해보다 임금인상률을 상향하고 성과급 규모도 대폭 늘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됐다. 이는 전년(2.0%)보다 0.8%P 높아진 수준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지난해(신한 281%·하나 280%)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 포인트(100만 원 상당)에서 150만 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 역시 현금 지급액을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늘리고, 복지포인트를 50만 원 증액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 원으로 전년 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국민은행은 노조에서 성과급으로 ‘임금 300%와 100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년 조건(통상임금 280%)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고통분담 요청에도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계속 확대되거나 여전히 높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가만히 앉아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은행이 새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은행권을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실적은 오는 4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5일 KB금융, 6일 신한금융, 7일 우리금융이 순차 공시한다. 비상장사인 농협금융지주 실적 발표는 오는 13일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