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 지점 전소돼 원인 찾는 데 난항
원인 규명 위한 합동감식 첫 날
보조배터리 화재에 무게 불구
수화물 선반 주변 대부분 소실
증거물 감식 상당한 시간 소요
기내 배터리 소지 논란 여전
부산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이 3일 이뤄졌다. 감식을 진행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초기 조사일 뿐이라며 감식 결과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항공업계 등에서는 발화가 된 지점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탄 탓에 화재 원인 증거물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항철위는 3일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소방 당국과 합동 감식에 착수해 오후 6시 감식을 완료했다.
합동 감식은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됐다. 현장감식에서는 증거물 촬영과 목록 작성 분류, 육안 분석 등이 진행됐다. 항철위는 이날 기내 의자를 제거하고 화재 원인 물질을 찾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수화물을 두는 선반 주변은 대부분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
항철위 역시 승무원과 탑승객 진술 등을 토대로 리튬이온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가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감식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화재 당시 여객기 시동이 꺼진 상태여서 기내 배선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항철위는 이날 수집한 증거물을 국과수 분석시설 등으로 옮겨 세부 조사와 정밀 감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항철위는 오는 9일까지 조사를 마치고 김해공항 사고 현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조사가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항철위는 합동 감식과 함께 비행기록장치와 음석기록장치 분석도 진행 중인데 이들 조사가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철위 측은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관계자 및 목격자 진술, CCTV 영상분석, 블랙박스 분석 등 초기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는 항철위 조사 결과가 마무리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분간 사고 주원인이 보조배터리가 맞는지는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게 됐지만 항공기 탑승 시 보조배터리를 소지해도 되느냐를 놓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사고 항공사인 에어부산은 이날부터 보조배터리 관련 안내를 강화했다. 비행기 탑승 1일 전 승객을 대상으로 ‘지퍼형 비닐 팩에 보조배터리를 소지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카운터, 탑승 게이트 등 공항 곳곳에선 보조배터리 직접 소지에 대한 안내문과 배너를 설치하고, 이륙 전 송출되는 기내 방송 안내 문구에도 보조배터리 등 전자기기 화재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승객이 직접 소지하면 화재 대응에 효율적일 수 있다고 본다. 동아대 경찰학과(화재안전분야) 임옥근 교수는 “승객이 직접 보조배터리를 소지한다면 화재 상황에서 최초 발견과 대응에서는 신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 등은 “만약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휴대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가정한다면, 단체 패닉 상황이 닥쳐서 다른 승객들까지 크게 동요할 수 있다”며 “특히 비행 중인 항공기 내에선 항공기가 무게 중심을 잃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화재보다 패닉으로 인한 참사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