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판 지연 꼼수 부리는 이재명, 국민 실망 더 키운다
서울고법에 위헌심판 제청 신청서 내
탄핵심판 속도 주문과 다른 잣대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과 관련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 대표 측은 지난 4일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의 위헌성에 대해 서울고법에 위헌심판 제청 신청서를 냈다. 이 조항은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대표 측은 해당 조항의 명확성 부족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제청을 요청했다. 법원이 이 대표 측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이 경우 이르면 3월로 전망됐던 2심 선고가 수개월 늦춰질 수 있다. 이 대표 측은 지난달에도 위헌심판 제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재판 속도를 늦추려는 꼼수로 비친다.
이 대표는 2021년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경기 성남시장 시절 알았으면서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국토교통부의 협박에 의해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만약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이 사건의 최종 결론과 확정 시기가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이 대표가 재판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피고인의 권리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이 위헌이라면 1심 판결 전에 제청을 신청했어야 했다. 이미 지난해 1심에서 허위 사실 공표 혐의가 인정돼 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위헌심판 제청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범 재판은 1심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내 판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앞서 1심 선고를 지연시키고, 선고 후에도 소송기록 접수와 변호인 선임을 미루는 등 소송 절차를 늦췄다. 이쯤 되면 다분히 의도적이다. 사법 절차를 악용한 재판 지연은 결국 국민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 줄 것이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외에도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대북송금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사건은 아직 1심 선고조차 받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는 정치 탄압이라며 기소 의미를 축소하는 식으로 재판 지연 작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다. 현직 대통령의 체포 장면은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평범한 가르침을 되새기게 한다. 이 대표도 예외일 수 없다. 재판 지연 논란을 불식하려면 항소심과 최종심 일정이 지켜질 수 있도록 재판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속도전을 요구하면서 정작 본인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은 이중적 행태다. 국민의 지탄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