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방폐물법, 이번에는 처리되나…여야 ‘에너지3법’ 의견 접근
‘딥시크 충격’으로 여야 모두 에너지 정책에 적극적 태도
법안심사에서 저장시설 용량 관련 정부 측 입장 완화돼
여야가 에너지 정책과 관련, 일부 의견 접근을 이루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의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준위법이 처리되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조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환경단체에선 고준위법으로 “핵발전소 지역이 핵폐기장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준위법은 사용 후 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저장 시설 조성, 용지 선정 절차 등을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던 이 법안은 최근 ‘딥시크 충격’으로 다시 동력을 얻는 모습이다.
여야는 최근 전력산업 간담회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에너지 전략과 전력망 확충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 때문에 이른바 에너지 3법(전력망확충법·고준위법·해상풍력특별법) 처리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내주 열리는 여야정 국정협의회에도 에너지3법 처리 문제가 의제로 올라갈 것으로 보여 논의에 한층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여야는 21대에서 고준위법과 관련 대부분의 쟁점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용량 등에서 일부 이견을 보였다. 이 때문에 여야가 의지만 보이면 22대 국회에서는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김석기, 이인선, 김성원, 정동만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 등이 총 고준위 특별법을 재발의한 상황이다. 소관 상임위 법안심사에서 일부 진전도 이뤄졌다. 21대 국회에서 합의가 안 됐던 ‘원전 부지 내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의 저장용량’과 관련 정부 측이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으로 제한’하는 민주당 김성환 의원 안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측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부지 선정 자체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논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업계에서는 고준위 방폐장 없이 원전을 계속 운영하거나 새로 짓는 것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방폐장 건설이 지연되면 유럽연합 수출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부 환경단체의 반발은 고준위법 처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환경단체들은 고준위법 처리가 원전 확대와 원전 부지 내 방사성 폐기물 처리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지난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회견을 열고 “22대 국회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고준위법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에 대해 “말만 임시시설이지 설계수명이 50년인 신규 핵시설로 신규 핵시설 건설을 명문화한 것”이라며 “핵발전소 지역을 핵폐기장화하는 악법은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