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장 수당 모아 따뜻한 응원의 손길 전해 기뻐요” 조미숙 부산 남구 문현3동 제10통장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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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수당 등 2600여만 원 쾌척
취약계층 돕고 ‘해피박스’ 제공
부산사랑의열매 부부 나눔리더 가입
‘나눔 실천’ 남구청장 표창패 받아

부산 남구 문현3동 조미숙 제10통장은 “통장 수당을 모아 지난해 말부터 문현3동의 모든 출생아 가정에 ‘해피박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문현3동 조미숙 제10통장은 “통장 수당을 모아 지난해 말부터 문현3동의 모든 출생아 가정에 ‘해피박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1월 무보수 봉사직인 줄 알고 통장을 맡았어요. 두 달쯤 지나 통장 정리를 하다가 깜짝 놀랐어요. 당시 통장 수당으로 월 20만 원(지난해부터 월 40만 원)이 입금돼 있더라고요. 처음부터 봉사라고 생각해서 통장 수당 전부를 이웃을 위해 쓰기로 마음먹었죠.”

부산 남구 문현3동 조미숙 제10통장은 15년째 통장 수당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고 나눔을 실천해 오고 있다. 조 통장은 매년 문현3동 행정복지센터에 1년 치 통장 수당에 자신의 돈을 보태 기부해 왔다. 기부금은 문현3동의 홀몸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돕는 데 사용됐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통장 수당을 지역의 저출생 문제 해결에 사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문현3동 행정복지센터와 출생아 가정을 위한 해피박스 협약식을 한 것이다. 이 협약으로 그는 1년 치 통장 수당에 자신의 돈을 보태 지난해 11월부터 문현3동에서 출생신고를 하는 모든 가정에 5만 원 상당의 해피박스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해피박스’에는 CJ에서 생산하는 미역국, 햇반, 소고깃국, 육개장 등이 들어 있다. 문현3동 행정복지센터는 출생 신고를 접수할 때 ‘해피박스’를 출생아 가정에 전달한다. 조 통장은 연간 100박스(500만 원 상당)를 후원하기로 했다. 문현3동의 모든 출생아 가정이 혜택을 받는 규모다.

“사회적 문제인 저출생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 될 방법을 고민하다가 문현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추천한 출산장려 특화사업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문현3동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지역 공동체의 따듯한 응원의 손길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조 통장이 2011년부터 지금까지 받은 통장 수당을 포함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탁한 성금은 총 2600여만 원에 달한다. 일회성으로 거금을 쾌척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 온 일이기에 더욱 값지다.

그는 남편인 문현지게골장학회 주성진((주)성진푸드 대표) 회장과 지난해 2월 부산사랑의열매의 부부 나눔리더에 가입했다. 남구 지역에선 두 번째 부부 나눔리더 가입이었다. 조 통장은 “남편의 격려가 나눔을 실천하는 데 큰 힘이 된다. 남구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조 통장은 지난달 13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2025년 유엔남구 문현권역 구정설명회’에서 오은택 남구청장으로부터 표창패를 받았다. 평소 지역사회 복지 증진을 위해 헌신하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나눔과 돌봄을 적극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나눔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1985년부터 초록우산에 매달 10만 원씩 40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결혼 후에는 남편 이름으로 기부하고 있는데 2019년에는 초록우산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월드비전에 8년째, 굿네이버스에도 6년째 기부하고 있다.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혹독한 가난을 겪어 봤어요. 그래서 더 힘든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게 됐죠.”

조 통장은 “어르신들은 다양한 복지 혜택을 받지만, 젊은이들은 신분 노출을 꺼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집주인을 통해 월세가 밀리거나 공과금 연체가 없는지 통장으로서 세심하게 살핀다.

그는 2023년 12월 자신의 집에 ‘남구 신문’을 전달하러 온 문현3동 행정복지센터 소속 공익근무 요원을 보게 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겨울에 얇은 옷을 입은 공익근무 요원이 안쓰러웠다고 한다. 바로 백화점으로 가서 롱패딩을 구입한 뒤 크리스마스이브에 공익근무 요원에게 전달했다.

그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드는 게 앞으로의 꿈”이라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기금을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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