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관광객 부르는 로컬
오금아 콘텐츠관리팀 선임기자
일본 소도시의 관광객 유치
지역색 살린 협업 결실 눈길
‘부산다운 관광’ 개발 나서야
열차 안에 갑자기 ‘명탐정 코난’의 메인 테마곡이 울리고 원작 속 주인공 목소리까지 들렸다. 누가 실수로 동영상 오디오 기능을 켠 것인가 했더니 ‘이시카와현 관광 정보를…’ 하는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철도 여행상품 안내방송이었다.
지난달 일본 혼슈 호쿠리쿠 지역을 방문했다. 한일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한국재팬리포터방일단’이 홈스테이를 하는 후쿠이까지 가기 위해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열차를 세 번 갈아탔다. 앞에 언급한 안내방송은 신오사카역과 쓰루가역을 잇는 특급 열차에서 들었다. ‘명탐정 코난 가나자와·가가·고마쓰 미스터리 투어’는 서일본철도여객주식회사와 이시카와현 등 지자체가 공동으로 만든 여행상품이다. 이용객은 작품 속 장소를 찾아 수수께끼를 푸는 동시에 지역 관광도 즐긴다. 2001년 시작한 코난 미스터리 투어는 구마모토·히로시마 등 여러 도시에서도 진행됐다. 인기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더한 색다른 철도 여행으로 지역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안내방송에 대한 의문을 풀고 나니 좌석 주변 안내문에 눈이 갔다. 간이 테이블에 붙은 QR코드는 쓰루가역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을 갈아타는 방법을 안내한다. 외국어 버전에서 한국어 선택도 가능하다. 열차에서 내리면 마주할 환경을 동영상으로 미리 확인하니 도움이 됐다. 좌석 앞 포켓에서 환승객을 위한 기간 한정 캠페인 전단을 꺼냈다. 후쿠이현 지역 정보 앱 접속자에게 1만 원 상당의 디지털 지역통화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앱 가입자를 늘리면서 방문객의 지역 소비도 독려한다.
신칸센 플랫폼의 후쿠이현 공식 관광 안내 사이트 알림판과 지역 특산품 홍보 래핑 열차까지. 승객은 열차를 이용하는 내내 다양한 관광 정보에 노출되고 있었다. 지역 관광을 살리기 위한 철도회사와 지자체 협업의 긍정적 결과물이다. 어제 신문에 실린 부산진구청과 코레일의 철도 여행상품 개발과 운영 협력 기사가 반가웠던 이유다. 동해선과 중앙선 개통으로 부전역은 부산의 새로운 관문 역할을 하게 됐다. 인근 재래시장·상권과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로 지역에 활기가 돌면 좋겠다. 동해안권 도시와의 협력으로 부산발 새로운 K-관광 루트가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해본다.
2024년 한 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633만 명. 같은 기간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3687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엔저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프라와 콘텐츠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한국은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관광객 이동이 쉽지 않고 정보도 부족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교통망을 확충하고 지역 고유의 스토리와 관광 콘텐츠를 발굴해 소도시까지 외국인을 끌어들인다.
실제로 현지에서 각종 관광 정보가 그물을 짜듯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후쿠이 시내에 위치한 요코칸정원에서는 제철을 맞은 수선화 꽃장식과 함께 에치젠 해안의 수선화 군락지를 소개했다. 기차역 1층 관광정보센터에는 지역별 정보를 제공하는 팸플릿이 다양하게 비치되어 있었다. 특산물 소바와 지역 사케를 함께 즐기는 ‘소바(BAR)’ 투어, 상점가연합회가 만든 시내 점포 가이드맵, 상공회의소가 발행한 체험 여행 안내서 등은 색다른 여행 계획을 짜는 데 도움이 됐다. 체험 여행의 경우 에치젠시의 칼 공방 집적지, 사바에시의 안경회관과 같이 지역 대표 산업과의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 후쿠이 등 여러 소도시를 방문한 한국재팬리포터방일단도 지역이 자신만의 강점을 극대화해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지역 캐릭터나 지역 한정 컬래버 상품 개발이 한국에서도 더 활발하게 이뤄지면 좋겠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위기를 겪는 것은 한국과 일본 모두 같다. 일본 정부는 2023년 관광백서를 통해 관광 산업 발전 없이는 지역 사회와 경제를 지속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관광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숙박시설·관광시설 개선, 지역관광 통합 사이트 구축 등 여행자 편의성 강화, 자연·먹거리·교통·역사와 문화예술을 활용한 지역의 간판 상품 개발을 지원했다. 또 오래된 집을 활용해 마을 전체를 호텔로 변신시키기, 배움 여행으로 지역의 민속예능 이수자 부족 문제 해법 찾기, 도시 청년이 빈번하게 찾는 제2의 고향 만들기 등 소멸 지역을 살리는 국내여행 모델 개발에도 열심이다. 이 국내여행 모델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2025년 8대 핵심사업에 ‘지역이 강한 나라, 관광으로 크는 지역’이 있다. K-관광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 더 자주 찾고 더 오래 여행하고 싶은 한국이 되기 위해서 ‘로컬리즘 추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관광객을 부르는 부산다운 관광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의견과 제안이 오가는 공론의 장이 한 번쯤 필요할 것 같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