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항만공사(BPA)
1876년 근대식 항만으로 개항한 부산항. 149년의 세월 동안 국내 최대 무역항이자 동북아 물류 중심항으로 발전했다. 부산항은 1978년 자성대, 1991년 신선대, 1997년 감만, 2002년 신감만 등 북항에 잇따라 개장한 컨테이너 전용 부두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중국 항만들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전인 1990년대, 부산항은 10년 가까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기준 세계 3위에 올랐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화물의 75%가량을 담당하며 국가 경제 고도성장에 단단히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부산항 관리·운영과 항만시설 개발은 2004년 1월 16일 창립한 부산항만공사(BPA)가 맡고 있다. 한국 최초의 항만공사인 BPA 출범은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부산항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항만 자치권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펼친 범시민 설립 운동의 성과다. 당시 국가의 항만 관리·운영 행정이 경직되고 생산성이 떨어져 상업화한 세계 선진 항만들과의 경쟁에 취약했던 까닭이다.
부산항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2440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해 세계 7위 항만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 중 고부가가치 화물인 환적 물량은 전년보다 늘어난 1350만TEU. 부산항은 부동의 세계 2위 환적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모두는 BPA가 해운·항만업계와 손잡고 해외 마케팅에 노력한 결과다.
한데, 항만 활성화를 위해 사기업처럼 창의적·진취적이어야 할 BPA의 조직문화가 21년이 지난 지금도 관료적이고 수동적일 때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휘 계통과 예산 문제로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기업이라 그럴 테다. 이 때문에 BPA의 자율권과 독립성을 100% 보장하거나 BPA를 지방공사로 바꿔 부산시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와 해양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10일 송상근 전 해수부 차관이 BPA 제8대 사장에 취임했다.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경영에다 북항 재개발사업 1단계의 성공적 완성, 2단계 사업 착공, 부산신항 효율성 제고와 자동화, 진해신항 조성 등 굵직한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송 사장이 잘 해결하면서 부산항이 글로벌 메가 허브항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하기 바란다. 이를 통해 BPA가 싱가포르항만공사(PSA) 같은 글로벌 항만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길이다. 이는 부산의 ‘글로벌 허브도시’ 정책과도 통한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