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금값 급등에…금 품귀현상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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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공사, 은행에 골드바 공급중단
5대 은행서 이달 들어서만 243억 원 팔려
안전자산 선호 지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고조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치솟으며 시중은행과 금은방에서 금을 사지 못하는 이른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한 귀금속 판매점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고조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치솟으며 시중은행과 금은방에서 금을 사지 못하는 이른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한 귀금속 판매점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고조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치솟으며 시중은행과 금은방에서 금을 사지 못하는 이른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는 전날 주요 시중은행에 골드바 판매 중단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조폐공사는 “금 원자재 수급 문제로 골드바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며 “이른 시일 내 판매를 재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서도 골드바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은행들은 조폐공사 대신 한국금거래소 등에서 골드바를 공급받고 있으나 일부 은행에서는 1kg짜리 골드바만 취급하는 등 사실상 개인 고객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은 골드바를 정상적으로 판매 중이지만, 당분간 수급 상황에 따라 1~2주가량 배송 지연이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총 242억 7017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월 1~11일)의 79억 6326만 원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금값이 뛰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은방을 찾는 소비자들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들이 물량 사재기에 나서면서 골드바 품귀 현상도 감지된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투자 목적으로 골드바를 찾는 사람이 최근 많이 늘었다”며 “오히려 골드바는 물량이 부족해 못 파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100g 골드바의 g당 금값은 15만 6230원으로 거래소 금 시장이 개장한 2014년 3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10일 15만 원으로 세운 역대 기록을 이틀 연속 갈아치운 것이다. 1㎏ 골드바의 g당 금값도 지난 11일 기준 15만 9410원에 달하는 등 마찬가지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도 금값이 전일 대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현 추세라면 조만간 g당 16만 원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지난해 2월 13일 금값이 g당 8만 6000원 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년 새 거의 곱절로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일일 금 거래대금도 연일 최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 5일 1088억 원으로 처음 1000억 원을 돌파한 일일 금 거래대금은 지난 6일 1113억 원, 지난 11일 101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붙인 관세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치솟는 데 따른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관세전쟁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금리와 환율이 급상승하고 증시가 급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대체 투자처로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금값 급등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온스당 2911달러를 넘어서는 등 올해 들어 7번 연중 최고치를 쓴 국제 금값도 조만간 3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줄을 잇는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연구원은 “연내 50bp까지 축소된 기준금리 인하 기대치 후퇴가 지난해 말 귀금속 섹터에 선반영됐다”며 “실질금리 급등을 초래하는 일시적, 또는 예상밖 경기침체 쇼크가 없는 한 금과 은 가격 동행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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