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골칫덩이 ‘도립 청소년수련원’ 재개장…세금 먹는 하마되나
58억 원 들여 시설·공간 리모델링
9월 마무리, 연내 위탁 업체 선정
민간 위탁 불투명 재정 부담 우려
경남 고성군이 울며 겨자 먹기로 관리 책임을 떠안은 도립 청소년수련원(부산일보 2023년 12월 12일 자 11면 등 보도) 재개장에 나선다. 58억 원을 들여 낡고 유행 지난 시설을 새 단장해 체류형 관광과 스포츠 마케팅 활성화 마중물로 삼기로 했다. 하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정작 숙박시설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데다, 민간 위탁에 따른 손실 보전도 오롯이 군 부담이라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재정을 축내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고성군에 따르면 군은 청소년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꿈의 공간을 목표로 도비 50억 원에 군비 8억 원을 투입해 청소년수련원 리모델링과 야외 시설 정비 사업을 진행한다. 1996년 개원한 청소년수련원은 4만 3917㎡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본관동과 수상·산악활동장, 운동장, 캠프파이어장 등 다양한 수련시설을 갖췄다. 본관에는 한 번에 368명을 수용할 수 있는 53실 생활관과 대강당, 식당, 세미나실이 있다.
이 중 40억 원으로 낡은 본관동을 전면 개보수한다. 숙소인 생활관은 온돌형 8인실을 침대형으로 바꾸고 장애인실을 신설한다. 또 수련관에 전망 엘리베이터와 북카페를 추가한다. 나머지 18억 원으로는 야외 시설을 정비한다. 산악활동장, 수상활동장, 캠프파이어장 등은 안전성 강화와 편의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진출입부 개선, 야외 화장실 신설, 진입 광장 조성, 해안 녹지대·수림대 정비, 노후 가로등 교체도 병행해 자연 친화적이고 안전한 활동 공간을 확보한다.
고성군은 9월까지 정비를 마무리하고 위탁 사업자를 선정해 내년 상반기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고질적인 지역 내 숙박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스포츠 마케팅 활성화와 체류형 관광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게 고성군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청소년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에서 청소년들이 마음껏 꿈을 키우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반면,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학생 집단 수련 활동이 급감해 민간 위탁업체를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운영비 부담도 오롯이 군 몫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수련원은 휴원 전까지 (사)한국스카우트연맹이 수탁 운영했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해양레포츠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2018년 전국 최우수 청소년수련시설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이듬해 코로나19 사태로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경남도가 2020년 1억 원, 2021년 1억 7000만 원, 2023년 2억 9800만 원을 운영비로 지원했지만 역부족이었고, 2022년 말 위수탁계약 기간이 끝나자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체 사업자를 찾지 못한 경남도는 고성군에 손을 내밀었다. 군이 시설 전체를 매입하거나 직영해달라는 것이다.
최근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해 각종 대회를 유치하고도 숙박시설이 부족해 제대로 된 낙수 효과를 누리지 못했던 고성군은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재정을 감안할 때 예산 부담이 상당하고 규제도 심해 망설였다. 자연환경보전지역에 자리 잡은 수련원은 자연공원법을 적용받는 탓에 일반 숙박시설로 사용할 수 없다. 수련 목적의 청소년이 아닌 경우 연간 이용 가능 인원의 100분의 40 이내에서만 투숙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군의회도 “자칫 폭탄을 떠안을 수 있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고성군이 미적거리자 경남도는 행정재산으로 무상 관리 전환하는 차선책을 제시했다. 소유권은 도가 갖고 관리권만 군이 넘겨받는 방식이다. 결국 군은 이를 수용했고, 2023년 관련 조례 개정을 거쳐 작년 1월 고성군으로 무상 위임됐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숙박시설로 활용하기도 애매하고, 수요를 고려하면 매년 운영비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혈세 먹는 하마가 되지 않도록 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