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세계 1위 선사 MSC와 부산항
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제미니 협력' 출범, 기항 터미널 재편 중
'1M'된 MSC, 작년 400만TEU '신기록'
선사·부두, 물량 증감 따른 새 질서 예고
부산항, 글로벌 환적항 서비스 제공해야
2년 전인 2023년 1월, 당시 세계 1위의 해운동맹이었던 ‘2M’이 돌연 해체를 선언했다. 예정된 일정은 올해 2025년 1월이었다. 전 세계 항로의 40%가량을 점유하던 거대 해운동맹의 해체 발표는 업계에 큰 논란을 불렀다.
2024년 2월에는 ‘2M’ 회원사 덴마크 머스크(Maersk)와 ‘디 얼라이언스’ 소속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새로운 협력인 ‘제미니 협력’ 출범을 선언했다. 이로써 글로벌 해운·항만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올 2월 기준 ‘2M’의 또 다른 한 축이었던 스위스 엠에스시(MSC)는 ‘1M’이 되었다. ‘1M’의 부산항 최초 기항 모선이 주말이었던 지난 1일 신항 6부두에 접안해 작업을 마친 뒤 이튿날 다음 기항 항만으로 출항했다.
‘2M’ 시절 MSC는 투자 전문 자회사를 통해 지분을 투자한 자가 터미널(Asset Terminal)인 신항 1부두, 그리고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lobal Terminal Operator : GTO)인 2부두와 터미널 이용 계약을 체결해 이용했다. 한데, ‘1M’으로 기항한 첫 모선은 신항 6부두에서 작업하며 모선 기항 계약 터미널을 추가한 것이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 4일 MSC가 부산항에서 지난해 연간 컨테이너 처리량 400만TEU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단일 선사로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이는 국내 주요 컨테이너 항만인 인천항(약 356만TEU)과 광양항(약 201만TEU)의 연간 물동량을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해 MSC는 전년 대비 16% 수준 증가한 연간 400만TEU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2개의 계약 터미널 이외에도 전배(Overflow) 터미널을 이용했다. 전배는 터미널이 선석 또는 야드 혼잡으로 계약 선사의 선박 작업이 힘들 때 인근에 가용한 시설을 보유한 터미널과 계약을 체결하여 해당 선박을 대리 처리하는 부산항의 독특한 계약 체계이다. 지난해 전배로 작업된 MSC의 물량은 연간 30만TEU에 이르렀다.
전배 물량이 증가하면 기존 예정(계약)된 터미널에 반입된 컨테이너를 전배 작업하는 터미널로 추가 운송해야 하고 전배 터미널에서 하역된 일부 컨테이너들은 다시 계약 터미널로 추가 운송돼야 한다.
추가 운송은 운송사에게는 사업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선사와 터미널들에게는 추가 비용과 운영 효율 저하의 문제를 야기한다. 지난해 전체 물량의 7.5% 수준을 전배로 처리했던 MSC는 올해 추가 계약 터미널을 확보해 전배로 야기되던 비효율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유휴 터미널 시설 활용으로 대형 선박의 ‘대기 없는 접안’(Berthing on Arrival : BOA) 역시 추가 계약 터미널 확보의 큰 이점이 될 것이다.
한편, ‘제미니 협력’ 측은 이용 터미널을 신항 2부두로 통합하기로 하고 하팍로이드가 ‘디 얼라이언스’ 회원사로 이용하던 3부두와 4부두에서 2부두로의 이전에 돌입했다. ‘1M’과 ‘제미니 협력’의 기항 터미널 이전은 2~3개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해운동맹 체제의 개편으로 계약 물량이 증가한 터미널은 6부두이다. 하팍로이드 이전으로 단기 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터미널은 3부두와 4부두이다. 2부두는 ‘제미니 협력’의 부산항 기항 물량 증감에 따라 처리 물량에 변화가 예상된다. MSC와 프랑스 CMA-CGM의 자가 터미널인 1부두와 5부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터미널 계약 갱신을 계획하는 선사들은 지난해 개장 후 많은 유휴 시설을 보유한 7부두와 전년 대비 계약 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3부두와 4부두 등을 검토할 것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계약 종료가 예정된 한 국적 선사가 현재 입찰을 진행 중이다.
국내외 선사들도 부산항의 터미널 물량 변화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항을 이용하는 선사들의 수요 대비 터미널 공급이 초과되어 있는 상황에서 올해 터미널들의 기존 물량 수준 회복 또는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과 선사들의 터미널 이전 필요 검토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BPA는 MSC의 2024년 기록적인 물량 달성의 배경으로 ‘내부 환적 운송’(ITT) 게이트 개방 확대와 환적 모니터링 시스템 포트아이(Port-i) 도입 등을 통한 환적 서비스 개선을 꼽았다.
지속적인 부산항 물량 증대, 특히 환적 물량 증대를 위해 ‘내부 환적 운송’ 게이트 상시 개방 등 글로벌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의 위상에 걸맞은 항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계 공동의 노력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