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3명 사상 부산 반얀트리 화재, 또 도진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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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부실 관리 체계가 빚은 참사 가능성
원인 수사·책임자 처벌 신속히 진행하길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공사장에서 불이 나 연기가 퍼지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공사장에서 불이 나 연기가 퍼지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반얀트리 부산’ 호텔·리조트 공사장에서 지난 14일 발생한 화재로 6명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되고 27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부상을 입었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1층 배관 절단 및 용접 작업 중 불티가 가연성 내장재에 옮겨붙으며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재 연기가 배관 구멍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5성급 최고급 별장형 리조트인 반얀트리 해운대는 2022년 착공해 지난해 12월 이미 사용승인(준공)을 받고, 올해 5월 개장을 목표로 내부 인테리어 등 마무리 공사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상황이다.

여러 증언을 통해 이번 사고는 단순한 화재가 아닌, 명백한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관리 체계가 빚어낸 참사로 추정된다. 무엇보다도 사고 현장에 다수의 가연성 물질이 많았다는 증언이 나와 안전 규정이 제대로 준수됐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화재 발생 이후에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관할 소방서 관계자가 “사망자는 화재가 발생한 같은 장소에서 발견됐고, 출입구에 가연물이 많아서 대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1층 공사장에서 왜 유독 일부 작업자들만 빠져나오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컸는지, 공사 일정이 촉박해 안전 수칙이 무시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사고 이후 보이는 시공사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 운영사 반얀트리 호텔 체인 등 관련 기업들의 태도다. 이들은 명확한 책임을 인정하거나 공식적인 사과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족들은 “아무도 사고를 당한 이유를 이야기해 주지 않고, 회사는 장례부터 치른 뒤 합의하자는 식”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복잡한 투자 구조여서 책임 및 보상, 수습의 주체가 불분명한 점도 큰 문제다. 특히, 일부 일용직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는 증언은 충격적이다. 이는 기본적인 노동자 보호 조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구조적인 부실과 무책임한 현장 운영의 결과물이라는 의구심까지 자아내게 한다.

반얀트리 화재 참사를 통해 또다시 확인된 것은, ‘반복되는 인재’다. 안전이 무시된 현장에서 이번과 같은 참사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도록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와 법적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정부와 수사 당국은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특히,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법적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생명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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