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메달 목표 초과 달성… 밀라노 가는 길 ‘맑음’
금 16·은 15·동 14개 ‘종합 2위’
삿포로 대회와 같은 최다 금 타이
쇼트트랙 금 6개로 효자 종목 역할
빙속 3개·설상 4개 메달 사냥 주도
최민정·김길리·김민선·이나현 등
다관왕 차지하며 2위 수성 이끌어
이나현·이채운·김채연·김건희 등
20세 이하 젊은 선수 맹활약 눈길
4년 뒤엔 사우디아라비아서 열려
태극전사들의 ‘금빛 열정’이 ‘눈과 얼음의 도시’ 하얼빈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9회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6개 종목 222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대한민국은 금메달 16개와 은메달 15개 동메달 14개를 획득해 개최국 중국(금 32·은 27·동 26개)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3위 일본(금 10·은 12·동 15개)을 큰 격차로 따돌린 우리나라는 직전 2017년 삿포로 대회(금 16·은 18·동 16개)에 이어 종합 2위를 수성했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금메달 목표 수는 11개였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은 삿포로 대회와 같은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세우며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이 신설 종목인 혼성 2000m 계주를 시작으로 레이스 첫날인 8일에만 4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는 등 목표였던 금메달 6개 약속을 지켰다.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이 혼성 2000m 계주와 여자 500m, 1000m를 석권하며 우리나라 선수 유일의 3관왕을 차지했다. 또 국제종합대회에 처음 출전한 김길리(성남시청)도 혼성 2000m 계주와 여자 1500m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로써 총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선 ‘신빙속여제’ 김민선(의정부시청)이 예상대로 여자 500m 금메달을 목에 건 가운데 2005년생 ‘샛별’ 이나현(한국체대)이 100m 우승을 차지하며 깜짝 등장해 쾌속 질주를 함께 이끌었다.
김민선과 이나현이 여자 팀 스프린트 우승도 합작한 한국 빙속은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따내 쇼트트랙과 더불어 메달 사냥을 주도했다.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남자 싱글의 차준환(고려대)과 여자 싱글의 김채연(수리고)이 강력한 우승 후보 일본을 따돌리고 사상 첫 ‘동반 금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일궈냈다.
설상 종목인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서 이채운(경희대 입학 예정), 하프파이프에서 김건희(시흥매화고)가 정상에 올랐고,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이승훈(한국체대)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프리스타일 스키에서 시상대 정상에 오른 건 이승훈이 한국 선수 최초다. 아시안게임을 발판 삼은 그는 1년 뒤 열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스키 하프파이프 최초로 결선 무대를 밟겠다는 각오다. 한국은 스키와 스노보드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쳐 총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획득했다.
러시아 출신의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전남체육회)는 한국 바이애슬론에 사상 첫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선사했다. 압바꾸모바를 앞세운 한국 바이애슬론은 여자 계주에서도 준우승하며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과를 냈다.
한국 바이애슬론이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2개 이상을 딴 건 1999년 강원 대회(동메달 2개) 이후 26년 만이다.
또 다른 유망 종목으로 꼽혔던 컬링도 3개 종목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가져와 제 몫을 했다.
여자 대표팀 경기도청이 ‘10전 전승’의 완벽한 우승을 달성했고, 남자부의 의성군청, 믹스더블의 김경애(강릉시청)-성지훈(강원도청) 조가 각각 은메달을 챙겼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목표로 내걸었던 사상 첫 금메달은 이루지 못했지만, 동메달을 따내며 4회 연속 아시안게임 입상 기록을 남겼다.
다양한 종목에서 고루 메달 소식이 전해지며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의 전망을 밝게 했다.
2005년생 이나현과 2006년생 이채운과 김채연, 2008년생 김건희 등 만 20세 이하의 패기 넘치는 선수들이 아시아 무대에서 정상급 기량을 뽐내며 한국 동계 스포츠의 미래를 밝힌 점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한편, 다음 대회인 제10회 동계 아시안게임은 2029년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인 네옴시티에서 개최된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