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산재사망 4명’ HD현대중 책임자들, 항소심도 집유·벌금형
노동계 “솜방망이 처벌 반복” 규탄
현대중공업 전경. 부산일보DB
HD현대중공업에서 잇달아 발생한 산재사망사고와 관련해 원하청 안전 책임자들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역 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3부(재판장 이봉수)는 17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현대중공업 법인과 사업부 대표 3명에게 징역 6∼8개월과 집행유예 1∼2년, 벌금 700만∼5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울산조선소 등에서 발생한 4건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기소됐다.
먼저 2019년 9월 해양플랜트사업부에서 60대 하청 노동자가 탱크에 장착된 무게 18t짜리 임시 경판을 해체하다가 이 경판에 깔려 숨졌다. 이듬해 2월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트러스 조립장에서 다른 60대 하청 노동자가 조립 작업을 하던 중 17m 아래로 추락해 숨졌고, 그해 4월에는 특수선 작업장에서 도어 정렬 작업을 하던 50대 정규직 노동자가 문에 끼여 사망했다. 한 달 뒤에는 선박 상갑판에서 배관 용접 작업을 하던 30대 하청 노동자가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다.
검찰은 A 씨 등 책임자들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받침대, 추락 방호망 등을 설치하지 않고, 밀폐 작업 전 위험성 진단을 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현장 안전 책임을 소홀히 해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면서도 “사고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고, 유족이 선처를 바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선고 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민주노총 울산본부,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울산지법 앞에서 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사실에 대해 가중처벌이 당연한데도 항소심에서도 솜방망이 처벌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며 “조선소의 열악하고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판결에 대해 울산지역 노동자, 시민과 함께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