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라이즈(RISE), 지역·대학 동반성장 계기 돼야
이병규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
근래 ‘지역’과 ‘대학’이 이토록 구애한 일이 있을까 싶을 만큼 서로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지방자치제 부활 30년을 맞은 2021년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시행을 앞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제(RISE)’가 계기지만, 그보다는 엄습한 지역사회의 위기가 만들어 낸 전장의 동료애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연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산업구조의 급변 같은 상투적 표현으로 지역과 대학의 위기를 진단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과 우리 사회의 강한 학력주의 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 문제를 도외시한 채 추진하는 라이즈를 포함한 그 어떤 정부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라이즈는 “대학이 지역혁신의 중심이 되도록 지원하여 지역과 대학이 처한 공동위기를 극복하고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체계”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 지역의 특색 있고 완성도 높은 종합계획으로서 라이즈 기본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사업 운영상 지역과 대학의 자율성 강화 및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에 기반한 성과관리 체계 운영을 지원한다. 여타 정책과 달리 정부가 ‘지역성’과 ‘자율성’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한편, 일본은 2013년부터 ‘지(地·知)의 거점 정비사업’이라는 명칭으로 ‘COC’(Center of Community)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했고, 2022년부터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지역활성화 인재육성사업’(SPARC)을 추진 중이다. 일본 중앙교육심의회는 사업 추진상 지자체는 대학의 지(知)와 인재를 활용한 과제 해결, 지역 내 청년 정착 촉진을, 대학은 지역 내 대학의 존재 가치 향상을, 산업체는 매력적 고용 유지와 촉진을 주문한 바 있다. 지난 1월 방문한 일본 가나자와공대 협력사인 세이코전기는 회사가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대학이 가진 기술력과 홍보력이 결정적이었다고 하면서, 지역사회가 외부 지원 없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대학과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라이즈의 본질은 지역의 문제를 지자체·대학·산업체가 함께 해결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며, 이를 통해 대학은 혁신의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대학이 안정적으로 제도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지속성을 담보해야 하며, 지자체의 한계가 지역대학의 한계가 되지 않도록 사업 선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일본 방문 중 만난 문부과학성 히라노 히로키(平野博紀) 실장은 한국의 라이즈 성공 조건을 다음 세 가지로 들었다. 첫째, 지자체는 대학과 산업체를 대등한 주체로 인식해야 하고, 둘째, 산업체는 대학이 양성한 인재를 즉시 써야 한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학생이 성장할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하며, 셋째, 대학은 기존의 관행을 버리고 시대적 변화에 맞는 유연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성공적인 라이즈 체제의 운용으로 부산과 지역대학이 동반 성장하는 우수 모델을 창출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