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얀트리 화재 책임 규명·엄정 조치가 재발 막는 길
시공사·시행사 아직 공식 사과도 없어
철저한 조사·처벌로 경각심 높여야
6명이 목숨을 잃고 27명이 부상을 입은 ‘반얀트리 부산’ 신축 공사장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6일이 지났다. 하지만,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 시행사인 루펜티스 컨소시엄 등 관련 기업은 아직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거나, 공식적인 사과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복잡한 투자 구조로 인해 책임 및 보상·수습의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시공사와 시행사, 반얀트리호텔앤리조트 그룹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마저 보이는 실정이다. 안전불감증에 의해 발생한 인재에 더해, 기업의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정도이다.
이런 무책임한 사고 대처에 유족들은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결혼을 앞둔 40대 예비신랑, 가족 몰래 일 나갔던 60대 가장 등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유족들은 “원청인 삼정기업은 여태까지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었다”라면서 “혹시라도 억울한 죽음이 될 것 같아 발인을 미루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시공사와 시행사가 사과와 입장 발표를 미루면서 하도급업체를 내세워 꼬리 자르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이들 유족은 시공사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한편, 공식적인 사과, 원인 규명, 보상 협의 등 사고 수습을 위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졸지에 참담한 일을 겪은 유족이 직접 나서서 원인 규명과 공식 사과를 요구해야 할 정도로 후속 조치가 늦어지는 까닭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마침, 경찰과 노동청이 삼정기업과 기장군청, 허가 관련 기관 등 9곳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한다. 화재 원인과 함께 인허가와 관련된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특히, 소방시설 작동과 안전모 착용 등 안전관리 미흡에 대한 다양한 증언이 흘러나오는 만큼, 이에 대한 규명이 절실하다. 하루빨리 개장하려고 공사를 무리하게 독촉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참사 원인에 대한 명백한 책임 규명과 엄정한 조치가 없으면 건설 현장의 유사한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반얀트리 부산 화재 참사는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관리 체계가 빚어낸 인재이다. 시공사와 시행사는 책임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을 조속히 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도록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와 법적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노동청과 수사기관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길 바란다. 이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확고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