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전쟁 2차전
“이재명, 국민의힘 입당합니까?”
국힘, 우클릭 조롱 섞인 현수막
“극우범죄당 입당할 생각 없다”
이 대표, 현수막 전쟁에 불쾌감
국힘 극우 논란 현수막 싸움도
지난해 말 부산 여야 정치권이 난타전을 벌였던 ‘현수막 전쟁’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2심 선고를 앞두고 다시 불붙었다.
국민의힘 당협위원회마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을 정조준하는 저격성 현수막을 시내에 내걸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도 이에 질세라 거듭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현수막 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국민의힘 정연욱(수영) 의원은 최근 ‘이재명, 중도보수 국민의힘 입당합니까’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지역구인 수영구 일대에 게시했다. 지난 18일 이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조롱을 담았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 대표는 최근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집중포화가 쏟아져 수습에 애를 먹고 있다. 정 의원은 SNS를 통해 “중도보수 코스프레는 절대 없다던 이 대표가 중도보수라 하니 국민의힘에 입당하라”고 비꼬았다.
정 의원의 현수막 도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민주당 수영구 지역위원회에서 ‘일 잘하는 이재명이 두렵습니까’라는 현수막을 내걸자 곧바로 살짝 문구만 바꾼 ‘이심재판 이재명은 두렵습니까’ 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부산발 현수막 전쟁은 지난해 말 선거관리위원회가 현수막 게시 불가 판정을 번복하면서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책임을 피하지 않고 혼란을 막겠습니다’ 등의 수세적인 메시지만 내놓았다. 계엄 이후 집권 여당 책임을 강조하며 민심 수습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다 정 의원이 내걸려던 ‘이재명은 안 됩니다’ 현수막을 선관위가 낙선 목적의 사전선거운동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불허하면서 정쟁의 불이 붙었다. 국민의힘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파장이 계속되자 선관위는 입장을 선회했다.
이렇게 한 차례 불꽃이 튀었던 부산발 현수막 대전은 이 대표의 2심 선고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다시 달아올랐다.
‘이재명 저격수’로 연일 온오프라인으로 메시지를 쏟아내는 국민의힘 주진우(해운대갑) 의원도 지역구에서 민주당 지역위원회가 ‘일 잘하는 이재명이 두렵습니까’라는 현수막에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 라고 적힌 현수막으로 대응했다. 이달 들어서는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을 비꼬아 ‘이제 와서 기업 살리겠다고? 국민은 더이상 속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인 서지영(동래) 의원도 최근 민주당 지역위원회가 ‘극우는 진짜 보수가 아닙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자 그대로 이 메시지를 받아치며 ‘국민이 극우입니까’라며 반박 현수막으로 받아쳤다. 서 의원 측은 “국민마저 '극우'로 참칭하는 민주당을 비판하기 위해 현수막을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수막 전쟁에 이 대표는 이례적으로 이를 지적하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정 의원의 현수막 공개에 대해 “극우 범죄당에 입당할 생각 전혀 없으니 헛물켜지 말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SNS에 글을 올려 “보수 참칭하는 가짜 보수당의 입당 권유는 사양한다”며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는 당은 보수가 아니라 내란 좀비당 같다”고 비난했다.
글·사진=권상국 기자 ksk@busan.com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