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헌재의 시간… 공정 심판과 여야 국민통합 노력을
탄핵심판 변론 종결, 최종 결정만 남아
사법부 신뢰·분열상 극복 최우선 과제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파면이 선고되자 헌재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탄핵 인용에 흥분한 탄핵 반대파들이 “헌재를 박살내자”며 폭력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해 4명이 사상하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대통령의 탄핵은 한국 사회에 분열과 대립의 불씨를 남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혼란은 이내 잦아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깨끗이 수용한 덕분이다.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그 바탕에는 공정 심판과 국민통합의 가치가 작동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12·3 계엄으로 탄핵소추된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변론 절차가 25일 종결됐다. 10차례 변론에서 청구인 측인 국회와 피청구인 측인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성 쟁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제는 헌재의 시간이다. 2주 후 헌재는 인용 혹은 기각의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가 우려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까지 탄핵 반대 단체들은 헌재의 공정성 등에 시비를 제기하며 불복과 폭력적 저항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여기에 편승한 여야도 각각 장외 집회를 갖고 헌재를 압박했다. 그 어느 때보다 헌재 결정에 권위가 필요한 시점이다. 헌재는 국민 누구나 납득할 준엄하고 명징한 판결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탄핵심판 결정의 수용력에 국가적 위기의 회복 여부가 달렸다. 정치·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느냐, 수습 국면으로 가닥을 잡느냐의 갈림길이라는 의미다. 여야 정치권이 먼저 ‘어떤 판결이 나오든지 승복하고 국정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헌재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스럽다. 다른 여권 인사들도 국가의 분열을 걱정하는 한편 통합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했다. ‘헌재 흔들기’에 매달리던 모습과 달라진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헌재의 시간이 끝나면 그 다음은 국민통합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의 대오 각성이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치·사회 분열상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나오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판결은 한국에 위험이자 기회다. 헌재는 치우치지 않는 판결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공정성 논란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는 데 최우선을 둬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정략적인 국민 편가르기를 중단하고 국민통합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던 그날 같은 혼란을 부추기려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면 국정 안정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발호하면 국정 정상화는 요원하다. 이제 국민통합이 절실한 시간이다. 정치권의 책임이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