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공사, 불티 막는 용접 방화포 설치 사각지대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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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화재 이후 의무화
반얀트리 현장은 법령 적용 안 돼
소방시설법상 진행 작업장만 해당
준공 승인으로 설치 의무화 피해

지난 16일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장 화재현장 합동감식 당시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6일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장 화재현장 합동감식 당시 모습. 정종회 기자 jjh@

6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호텔 앤드 리조트’가 준공 승인 이후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면서 법령에 명시된 용접 방화포 설치 기준을 비켜간 것으로 드러났다. 용접 불티에서 주로 시작되는 공사장 화재를 막기 위한 법령이 마련됐음에도, 법적 사각지대 속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경찰 등은 지난 14일 발생한 반얀트리 해운대 화재는 1층 공사 현장에서 배관을 절단하고 용접하던 중 가연성 내장재에 불티가 옮겨붙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25일 밝혔다. 화재의 시작이 용접 불티였던 셈이다.

용접 불티에서 주로 시작되는 공사장 화재를 막기 위해 정부는 이미 가연물의 방화포 설치를 의무화한 바 있다. 2020년 용접 작업 중 발생한 불티로 화재가 발생,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한 물류 창고 화재 사고를 계기로 2023년부터 건설 현장에는 인근 가연물에 방화포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설 현장 화재 안전 성능 기준’이 시행됐다.

하지만 해당 법령은 반얀트리 해운대 공사장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해당 법령은 임시 소방시설에 적용되는 내용으로 작업이 진행 중인 공사장에만 해당하는데 반얀트리 해운대는 이미 지난해 12월 19일 기장군청으로부터 건물 준공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작업이 완료된 공사장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용접 방화포 설치는 의무가 법령상 의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화재 당일 현장에는 35개 업체 780여 명의 작업자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용접을 포함한 여러 공사가 동시다발로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 현장 안전 지침이 소극적으로 적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의대학교 류상일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법에서는 최소한의 안전 지침을 명시한 것으로, 준공검사 여부와 상관없이 용접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면 불티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용접 방화포를 자체적으로 설치했어야 한다”며 “주변 가연물에 방화포 설치만 했더라면 대형 화재를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2732건으로 화재 원인으로는 75%에 해당하는 ‘부주의’ (2049건)에서 용접·절단·연마(63.4%)가 제일 많았다. 류 교수는 “공사장에서 불꽃이 튈 일은 용접 작업 외에는 드물기 때문에 용접 불꽃만 주의를 기울여도 대형 화재는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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