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대규모 개발사업, 주민 반발 막혀 결국 ‘축소’
1년 넘게 주민·단체 반발 이어져
지방정원 옮기고 사업 축소 결정
남은 사업도 평행선…갈등 ‘여전’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26일 군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함양군 사계4U 사업 축소를 환영하는 한편, 사업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 제공
경남 함양군이 생활 인구 증가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하던 대규모 개발사업 ‘함양 사계4U’ 사업(부산일보 2024년 1월 25일 자 11면 보도)이 주민 반발에 막혀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된다.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는 26일 군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함양군 사계4U 사업 축소를 환영했다. 또한, 이러한 결단을 내린 함양군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축소가 아닌 사업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역사회의 논란과 분열을 초래한 사업계획이 지금에라도 해당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대폭 축소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남은 계획에 대해서도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함양 사계4U’ 사업은 지역 산림자원을 활용한 지방 정원과 에코빌리지를 만들어 귀농·귀촌 인구 유입과 정착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까지 함양군 병곡면 광평리 대광마을 일대 30만 평의 부지에 지방 정원과 에코빌리지, 렌탈하우스, 캠핑장, 스마트팜 등 복합생활문화거점이 조성된다.
함양 사계 4U 종합계획도. 지방정원·렌탈하우스·에코빌리지 등이 계획됐다. 함양군 제공
앞서 함양군은 2023년 지방소멸대응기금 광역투자사업에 최종 선정돼 사업 추진비 213억 원을 확보했으며, 군 자체 예산 186억 원과 민간투자 973억 원을 더해 총사업비 1186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군은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마을기업 1곳, 고용 인구 125명, 100세대 규모의 마을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함양 사계 4U’ 사업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주민 반발에 부딪혀 휘청이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와 마을 주민들은 사전에 관련한 아무런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특히 삶의 터전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며 주민대책위를 꾸려 단체행동에 나섰다.
1년 넘게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함양군도 결국 한 발짝 물러섰다. 골프장과 에코빌리지 건설 계획은 백지화했으며, 지방 정원은 함양읍 상림으로 옮기기로 변경했다. 기존 병곡면 대광마을 일대에는 캠핑장과 스마트팜, 렌탈하우스만 들어서는 형태로 대폭 축소했다.
다만 그럼에도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들은 사계 4U 사업이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실에서 추진됐다며 전면 백지화를 주장했다. 대신 지방소멸기금 등의 재원으로 열악한 의료와 복지,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규모 토목과 건설사업 위주의 허황되고 졸속적인 지역개발 계획은 더 이상 수립하지 말고, 지역 주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행정을 펼칠 것을 함양군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