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형준 시장의 대권 도전 부산 도약의 기회다
27일 국회서 ‘보수 재건’ 강연, 대권 시사
부산의 정치적 존재감 향상, 시민 기대감
내달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에 따라 오는 5월 중 예상되는 조기 대선을 겨냥한 현직 광역단체장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미 몇몇 단체장은 대놓고 대권 행보에 나섰고,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다른 단체장까지 잇따르면서 그 숫자는 10명에 이를 정도다. 광역단체장들의 대선 몸풀기가 활발한 가운데 벌써 보수 진영의 주목을 받아오던 박형준 부산시장도 마침내 본격적인 광폭 행보에 돌입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자유연대’ 창립세미나에서 ‘보수 재건’을 요지로 자신의 큰 그림을 펼쳐 보인 것이다. 명시적인 출마 선언은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대권 행보를 내디딘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시장의 이날 강연 주제는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명령’으로, 위기에 처한 현재의 한국 보수가 어떻게 하면 상대 세력과 차별화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울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다뤘다. 박 시장은 동맹 강화와 글로벌 연대, 혁신, 한국형 에너지, 저성장·저출생을 극복할 균형발전 등 6가지 분야의 리더십 구축을 통해 우리나라가 한 번 더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먹사니즘’ ‘잘사니즘’ 등 어젠다는 치열한 논의도 없이 자신의 ‘이념 결핍’만 가리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가를 이끌 리더십의 요건은 물론 상대 정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모두 대선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들이다.
박 시장의 본격적인 광폭 행보는 조기 대선이 거론되는 현 정국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 측면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박 시장은 그 이전부터 보수 진영의 대안 리더십 중 하나로 주목받아 왔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실패가 정치 경험 없는 ‘깜짝 스타’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면 박 시장은 이와 대비되는 이미지가 강점이다. 논리·이론을 갖춘 데다 입법·행정의 경험도 두루 쌓았다. 외골수 이미지도 없어 중도 확장성이 크다는 점도 보수 진영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박 시장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부산에서 오랜만에 주목할 만한 대권 주자의 등장은 무척 기대되는 부분이다.
부산은 그동안 한국 정치사의 획을 그은 많은 인물을 줄줄이 배출해 왔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보수 진영에서는 이렇다 할 인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덩달아 중앙정치 무대에서 차지하는 부산의 정치적 존재감도 눈에 띄게 희미해진 게 사실이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 무대에서마저 존재감을 잃어버린 부산의 현실이 어떠한지는 지금 시민들이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바다. 대권 가도의 출발선으로 점점 다가서는 박 시장의 행보에 정파적 입장을 떠나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대권 주자 혼자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기의 부산으로서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