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준위 특별법 국회 통과 영구방폐장 마련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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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선정 구체적인 기준 없어 아쉬움
정부, 일정 지연 없이 빈틈없는 진행을

고리원전 1호기 모습. 부산일보DB 고리원전 1호기 모습. 부산일보DB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이 27일 국회 문턱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일단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중간 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 등 방폐장을 건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법안에는 고준위 방폐물 중간 저장시설은 2050년까지 설치하고 영구 처분시설은 2060년까지 마련한다는 등의 규정이 담겼다.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영구방폐장 건설 과정에서 부지 선정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만만찮다. 원전 지역 입장에서는, 방폐장 건설이 일정과 달리 차질을 빚을 경우 원전 내 임시시설이 사실상 영구방폐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씻지 못한다.

주지하다시피,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은 한계에 봉착해 있다.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등이 줄줄이 포화 상태가 된다.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밖에서 영구 처분하는 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면 현재 가동 중인 원전들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이다. 고준위 특별법이 추진 9년 만에 통과된 것은 만시지탄이나, 원전 핵연료 저장 문제의 영구적 대처를 위한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안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가 설치되고,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와 방폐장 유치 지역에 대한 지원 방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이 마련된다.

원전 지역 입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영구방폐장 건설이다. 이번 특별법은 방폐장 선정 주체와 운영 시기를 정하고 있지만 부지 선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 주민 반대로 최장 150개월이나 지연된 송배전망 건설 사례처럼, 영구방폐장 건설도 중장기적 사회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고 해도 주민투표를 통과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만큼 부지 결정이 늦어질 경우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원전 시설을 꺼리는 지역 주민과 지자체 등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큰 숙제다.

고준위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영구방폐장 건립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부지 선정의 구체적인 기준과 세부 지원책 등 후속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 급하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통해 두루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 도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 지역 주민의 의견 청취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중간 저장시설의 입지 선정과 착공도 매우 중요하다. 긴 시간 동안 고통을 감내해 온 부울경 등 원전 지역이 더 이상의 위험 부담을 강요받는 건 부당하다.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이 영구방폐장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향후 영구방폐장 건설에 한 치의 빈틈과 차질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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