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숨진 ‘흉기 난동’으로 끝난 온라인 만남
20대, SNS 통해 여중생 만나
창원 모텔서 친구들과 실랑이
10대 남녀 4명에 흉기 난동
경찰 “범행 동기 파악에 집중”
경찰이 지난 3일 오후 흉기 난동이 벌어진 경남 창원시 모텔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이 10대 남녀 중학생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여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 잘못된 만남이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졌다. 범행 직후 투신해 사망한 피의자는 과거에도 성범죄를 저질러 복역한 전력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24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모텔 3층 객실에서 20대 남성 A 씨가 흉기를 휘둘러 여중생 B 양과 남자 중학생 C 군이 숨졌다. 동행했던 친구 D 군도 중상을 입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여자 중학생 E 양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경찰이 E 양 진술을 토대로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A 씨와 B 양, E 양은 사건 발생 2주 전 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됐다. ‘조건 만남’이 아닌 A 씨 자택에서 셋이서 모여 딱 한 번 놀았던 정도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후 B 양에게 호감이 생긴 A 씨는 계속 연락을 취했다. 범행 당일도 A 씨가 먼저 만남자고 했다. 오후 2시 45분 모텔 객실을 잡은 A 씨는 “할 이야기가 있다”며 B 양을 모텔로 불렀다.
당시 B 양은 친구인 E 양 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또래 친구 C·D 군과 함께 있었는데, E 양만 데리고 모델로 향했다.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계단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이날 오후 해당 모텔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이 같이 온 것을 본 A 씨는 ‘B 양과 단둘이 할 말이 있다’며 E 양을 객실 밖으로 내보낸 뒤 문을 잠갔다. 그런데 잠시 후 안에서 ‘쿵’ 소리가 나자 불안해진 E 양은 C·D 군에게 연락했다. 마침 인근에서 있던 두 사람은 곧장 모텔로 왔다. 이후 A 씨와 B 양 일행 간 실랑이가 벌어졌고, 흥분한 A 씨가 흉기로 일행을 공격했다.
놀란 B 양은 112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때가 오후 5시 7분이다. B 양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상황에 수화기 너머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위급 상황으로 판단한 경찰은 창원소방본부에 공동 대응을 요청하며 긴급 출동했다.
이어 신고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객실 문을 두드리자 주춤하던 A 씨는 8m 높이의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추락 충격에 다발성 골절 등 중상을 입은 A 씨는 치료 중 사망 판정을 받았다.
B 양과 C 군, D 군은 객실 화장실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세 사람 모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심정지 상태였던 B 양과 C 군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D 군도 부상 정도가 심해 현재 치료 중이다.
현장에서 흉기 협박을 받았던 E 양은 경찰에 “A 씨가 B 양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신원 조회 결과 A 씨는 2019년 9월 미성년자 간음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7월 강간죄로 징역 5년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5년을 선고받아 수감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소 후 누범 기간에 또 다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오후 해당 모텔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A 씨는 모텔이 들어가기 전 인근 마트에서 술과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샀다. 경찰은 A 씨가 어떤 이유로 미리 흉기를 준비했는지, 왜 시비가 붙었는지 등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장은 E 양 진술만 있는 상황이라 확인이 필요하다”라면서 “단순 협박, 극단 선택 등 다른 가능성도 있는 만큼 사체 부검, 휴대전화 포렌식, CCTV 분석을 통해 이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사건 자체는 피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