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남초’ 사업장에서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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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의 페미니즘> 표지. <작업장의 페미니즘> 표지.

작업장의 페미니즘/이현경

우리나라 건설 현장에는 계급이 있다고 한다. 한국 남성이 맨 위에 있다. 그다음이 중국 남성(기능공), 탈북민, 이주 남성 노동자 순이다. 여성은 5순위, 그러니까 맨 아래다.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숨을 쉰다. 여성 철도 노동자가 현장 근무를 사수하기 위해 남성 동료와 같은 침실을 쓰고, 여자 화장실이 없는 현장에서 24시간 맞교대를 한다. 열악한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언제까지 자신의 여성성을 부정하고 외면해야 할까.

저자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지하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자다. 건설, 철도, 물류, 자동차 공장…. 한결같이 남성 노동자 수가 여성 노동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대표적인 ‘남초’ 사업장이다. 남성의 공간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이곳에도 여성들이 있다. 남성 노동자들은 여성이 자신들의 사업장에 들어오는 것을 ‘침입’으로 여긴다는 대목이 뜨끔하다.

이 책은 남성 중심 사업장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는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저자는 남초 사업장에서 일하는 열 명의 여성 활동가와 대표적인 여성 사업장인 교육과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활동가 두 명을 만났다. 그리고 서로 다른 조건에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일과 활동을 비교하여 살폈다.

여성 활동가들이 노동 현장의 가부장적 구조를 인식하고, 그 속에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해석해 나가는 과정이 담겼다. 여성 문제와 노동 문제를 같이 걸머지고 분투하는 여성 노동자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여성 노동자에게 좋은 것은 남성 노동자에게도 좋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논문으로 쓴 글을 다시 책으로 만든 부분이 살짝 아쉽게 느껴진다. 이현경 지음/산지니/240쪽/2만 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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