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그림을 볼 때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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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의 심리학> 표지. 북하우스 제공 책 <감상의 심리학> 표지. 북하우스 제공

감상의 심리학/ 오성주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장소나 시간에 따라서, 기분이나 동행자에 따라 그 감상은 달라진다. 또 아름다운 풍경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강렬한 색감의 추상화, 보기에 따라선 불편할 수 있는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도대체 우리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은 심리학 실험으로 예술 감상의 비밀을 밝히는 미술 교양서다. 저자는 서울대에서 10여 년간 예술심리학 강의를 진행한 교수다.

‘색면 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 그의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뭘까. 저자는 그들의 대답이 “왜 황혼을 보고 눈물을 흘리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과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해가 뜨거나 질 때 하늘이 노랗고 빨갛게 물드는 순간 느껴지는 명상적이고 초월적인 감정 상태가 그의 그림을 볼 때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중섭이 자주 사용했던 은지화에 대해서는 공감각적 해설을 내놓기도 한다. 은지화에 주로 옷을 입지 않은 가족이 등장하는데, 매끄러운 알루미늄박의 표면이 사람의 피부결과 비슷한 감촉을 가진다는 것이다. 일본으로 떠나 보낸 아내, 두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그 살갗을 느끼고 싶은 그리움이 은지화의 속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어떤 사람이 그로테스크한 그림을 좋아하느냐에 대한 네덜란드의 최신 연구도 눈길을 끈다. 2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험에 대한 개방성, 감각 추구 경향이 높은 사람, 예술적 지식이 많은 사람, 좌파적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 또 여성보다는 남성이 그로테스크한 그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오성주 지음/북하우스/384쪽/2만 2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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