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감 휩싸인 야권 ‘비상 체제’ 전환
민주당 릴레이 의총, 국회 농성, 장외 집회 등 전방위 대응
심우정 검찰총장 사퇴 촉구, 거부 시 탄핵 카드 다시 꺼내
다만 통합 경선, 이재명 ‘비명-검찰 내통’ 발언 균열은 소강 국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 공동대응을 위한 야 5당 원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예상치 못했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당혹감 속에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야권은 법원의 이번 구속 취소 결정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등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지만, 윤 대통령 지지층의 헌재 압박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고 국회 농성, 대규모 장외 집회 등을 통해 탄핵 여론전에 당력을 다시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즉시 항고’를 포기한 검찰에 대해 “내란 수괴의 졸개”라고 비난하면서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카드도 다시 꺼내 드는 등 전방위 공세에 돌입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부터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까지 매일 △의원총회 2회 개최 △서울 광화문 장외집회 참석 △국회 농성 △24시간 국회 인근 대기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정했다. 조국혁신당 역시 윤 대통령 파면 시까지 전원 비상 대기 상태에 돌입했다.
이날 민주당 의총에서는 윤 대통령 석방 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지 않은 검찰에 대한 대응 수위가 집중 논의됐다. 민주당은 특히 심 총장에 대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심 총장에게 있다”며 우선 심 총장을 즉각 고발하기로 했으며, 심 총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탄핵소추를 포함해 모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사퇴 시한은 별도로 정하지는 않았다”며 “사퇴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하루 이틀 안에 탄핵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심 총장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고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채 내란수괴 윤석열을 풀어줬다”면서 윤 대통령 기소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심 총장은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한 법원의 결정에도 즉시 기소를 하지 않고 검사장 회의를 열어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 사태의) 큰 책임이 심 총장에게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헌재를 향해서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된 지 13일이 지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헌재의 신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야권이 다시 윤 대통령 파면에 집중하게 되면서 민주당 내의 계파 갈등이나 조기 대선 관련 ‘통합 경선’ 논란으로 인한 야권 내 긴장 기류는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간 민주당 비명계는 독주하는 이재명 대표를 견제하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개헌론과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야권 통합 오픈프라이머리 수용을 앞세워 이 대표를 압박해 왔지만,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야권 내에서는 다시 ‘단일 대오’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이 대표 견제에 주력하던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주자들은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단합과 연대에 방점을 찍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놨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시민의 단결된 힘으로 탄핵을 지켜내자”며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모두 함께 시작하자”고 했고, 김동연 경기지사도 전날 헌재 인근에서 열린 야 5당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 참석했다며 “봄은 반드시 온다. 끝까지 빛의 연대로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역시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이 이 대표의 ‘비명계-검찰 내통 의심’ 발언에 대해 사과 의사를 밝히는 등 확전 자제에 애쓰는 모습이다. 이 대표도 10일 친노(친노무현)계 이광재 전 사무총장과 회동하는 등 통합 행보를 이어간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